‘크리스천 콘텐츠는 뻔하다’는 편견을 뒤집는 창작 뮤지컬 ‘평양 마리아’(사진)가 화제다. 평양 마리아는 북한 수용소를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2006) 정성산(45) 감독의 신작이다. 정 감독은 9일 “통·기·타(통일을 위해 기독교 청년들이여 타올라라의 준말) 정신으로 공연을 만들어서 그런지 뮤지컬은 본 분들이 대부분 극의 완성도에 만족하고 사명감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평양 마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선혁명박물관 책임 해설원 정리화는 남한 노래 ‘사랑의 미로’에 빠진다. 남편 김광남이 선물로 준 엠피쓰리(MP3) 플레이어가 빌미가 돼 신의주 노동단련대로 추방된다. 병든 남편을 살리기 위해 중국으로 위장 탈북, 성매매를 한다. 이후 리화는 중국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성경을 읽는다. 그러나 자매처럼 지내던 김영숙이 북한에서 선교를 하다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북한으로 돌아가 순교한다. ‘평양 마리아’는 성폭력, 마약밀매, 장기매매 등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이 생생하게 고발된다.
정 감독은 “한 탈북여성과 7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여성이 전도를 하다 숨졌다는 소식을 지난해 듣고 이 뮤지컬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에는 북한의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리화는 “하나님 동무, 북조선에는 아이 옵니까?”라고 부르짖는다. 1994년 평양 연극영화대학 재학 중 탈북한 정 감독은 탈북자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 현실을 취재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평양마리아는 영상을 활용해 소극장의 한계를 극복한다. 배경이 된 북한 평양 장마당, 중국 옌지 시내 등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을 통해 다양한 공간을 연출한다. 리화의 남편, 당 간부의 대사도 영상으로 처리했다. 리화가 노래하면 화면 속의 남자가 화답하는 방식으로 이중창을 들려준다. 미디어아트(Film)와 공연예술(Musical)의 결합 ‘필름-컬(Film-cal)’을 구현한다.
정 감독은 “무대에는 5명만 등장하지만 50여명이 출연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다. 무대 장치를 보완하고 출연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평양 마리아처럼 영상과 공연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재연되는 경우는 드물다. 소극장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웅장한 대작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리화 역에는 전재원과 김나희가 더블 캐스팅됐다. 13곡을 부른다. 전재원은 “‘주여’ 소리치는 장면을 연습할 때 감독님이 죽음을 토하는 듯한 느낌이 나야 한다고 해서 죽을 듯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등장하는 김영숙은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하는 탈북자 출신 배우 유나가 맡았다. 9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개교회의 요청을 받아 순회공연을 한다(02-781-9237, 032-623-0131).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창작 뮤지컬 ‘평양 마리아’는 어떤 작품… 탈북자 눈에 비친 北 참상, 필름·뮤지컬 결합해 구현
입력 2014-07-10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