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다리를 절룩거리는 모습이 포착돼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로 생중계된 추모대회에서 주석단상에 맨 먼저 등장한 김 제1비서는 정중앙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면서 오른쪽 다리가 좋지 않은 듯 절룩거렸다. 한눈에 봐도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다. 김 제1비서는 고도비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이후 북한 언론에 공개된 모습만 봐도 몇 년 새 체중이 늘어난 게 확연하다. 때문에 늘어난 체중을 지탱하기 어려워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단 제기된다.
김 제1비서는 술·담배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통풍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김 제1비서의 다리 저는 모습을 그대로 공개한 점에서 염좌 등 가벼운 부상일 가능성이 있다.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다리를 저는 것이 일회성인지 계속 그럴지 지켜본 후에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5년, 10년 단위로 기념일을 맞이하는 ‘정주년(꺾어지는 해)’마다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5년 전인 2009년에도 김 주석 15주기를 열었다. 당시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했다. 국가 행사인 만큼 당·군·정 주요 간부가 총출동한다.
그런데 이날 주석단에는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이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데다 추모대회마저 불참해 신변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고령(72세)의 나이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설과 아예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울러 주석단엔 김 주석의 친딸인 김경희 전 당비서도 자리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남편 장성택 처형 이후 모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석단 자리 배치로 권력 서열의 변화도 엿보였다.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에서 노동당 비서로 자리를 옮긴 최룡해는 석 달 전 김 주석 생일기념 중앙보고대회 주석단에선 정중앙 바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다섯 칸이나 밀렸다. 대신 후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김 제1비서 바로 옆에 앉았다.
김 제1비서는 추모대회에 앞서 0시에 군 수뇌부를 대동한 채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교체설이 나돌았던 이영길 총참모장도 모습을 드러내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시아버지인 김 위원장 2주기 때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던 김 제1비서의 부인 이설주는 동행하지 않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김정은, 김일성 20주기 추모대회 다리 절며 등장… “건강에 문제” 관측
입력 2014-07-09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