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고통만도 감당하기 벅찬 암환자들. 하지만 그들의 신체적 고통은 고스란히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암환자가 겪는 모든 정신적 고통을 가리켜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부른다. 건강한 사람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Stress)와 구별되며, 증상의 정도도 현저히 다르다.
암환자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의 강도는 일반적인 의료 상황과 비교할 수가 없다. 치료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슬픔 등의 정서적 문제와 자녀, 배우자 혹은 부모와의 갈등, 직업 상실, 치료비에 따른 경제적 문제 등 암환자에게 디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단순히 환자라면 경험하게 되는 것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신적 고통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암환자의 치료경과를 개선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건이 된다.
남성 암환자의 경우, 여성에 비해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고 가족 외에 병원의 지원도 잘 받지 않는 편이다. 정서적 고립의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성 환자의 대부분은 직업이 있었거나 오랫동안 일을 해온 터라 암으로 인한 직업 상실 등 사회적 영역과 관련된 문제에서 디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반면 여성 암환자의 경우는 어떨까. 주부로서, 엄마로서 희생적인 역할을 해온 그녀들에게 암 선고는 심한 좌절감과 우울, 특정 대상에 대한 원망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족의 지지와 지원이 부족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유방암 치료를 시작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최순희(52·가명)씨는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 대가가 암이었다고 말한다. “병원 가는 날 외에는 외출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암에 대한 사회 인식도가 높아지고 완치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 선고를 받고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혼자서 치료를 마친 후 로비에 한참 앉아 있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자살까지 생각했죠.”
디스트레스의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는 일은 치료의 시작이다. 우선 요즘 얼마나 괴로운지, 자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디스트레스 일지’를 써내려가며 우울증을 느낀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다. 치료의 부작용인지 복용한 약물의 영향인지, 의료진에게서 느낀 서운한 감정 탓인지 등 암환자가 스스로 만든 디스트레스 일지는 유발 원인을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보가 된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감정의 순화를 경험할 수도 있고 원인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암이 낫지 않는 이상 디스트레스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다. 디스트레스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는 못하더라도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치료과정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고 보호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일조를 하게 된다.
최근 대형병원이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병원 로비에만 들어서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요가, 미술요법, 웃음 강연, 스트레스 다스리기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면 혼자만의 생각, 어려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일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꺼려진다면 명상이나 음악 감상 등 나만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극복 노하우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암과의 동행] 암환자 디스트레스(모든 정신적 고통) 관리… 일지 쓰면서 원인을 찾아보자
입력 2014-07-15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