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나요.” 말기암 환자들은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전문 의료진조차도 말기암 환자의 여명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최근 암환자들 사이에서 치료뿐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으며 말기암 환자의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양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준비하려는 욕구도 증가하고 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여생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들도 여러 가지 증상, 징후, 암종별 생존 통계 등을 활용해 남은 삶을 예측한다.
암환자가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객관적인 도구는 많다. 대표적으로 ‘Karnofsky’ 수행지수가 있다. 이는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가장 많이 쓰인 수행 상태 지수로, 점수가 높을수록 양호해 100점이 만점이고 0점은 사망이다. 지수가 40점 미만인 환자들의 여명은 약 3개월로 보고 된다. 완화 수행 지수도 있다. 이는 환자의 수행지수로서 보행상태, 활동수준, 질병 정도, 자가 돌봄, 의식상태의 5가지 면을 다룬다. 환자의 증상을 통한 예후 예측은 상당히 중요한 측정도구가 된다. 환자가 식욕부진으로 인한 악액질, 호흡곤란,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면 짧은 여명 기간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혈액검사를 통해 환자의 여명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전이성 암에 대한 생존율 통계도 측정도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의 생존 기간을 살펴보면 진행성 위암의 경우 7개월, 진행성 간암은 3∼10개월,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은 6∼11개월, 진행 혹은 전이성 대장·직장암은 12∼22개월, 전이성 유방암은 15∼22개월, 진행성 췌장암은 5∼6개월이다.
또 다른 중요한 측정도구는 의사의 예측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에 다소 낙관적이다. 메타 분석에 따르면 실제 생존기간은 의사의 임상 예측보다 30% 정도 짧게 나타났다. 오래 돌본 환자일수록 그 환자에 대한 생존기간 예측은 틀리기 쉽다.
이러한 다양한 객관적 측정도구보다 더 중요한 예측 척도가 있다. 바로 말기암 환자 스스로가 느끼고 평가하는 주관적인 ‘삶의 질’이다. 최근 이러한 환자의 주관적 평가가 환자의 남은 생존기간(기대여명)을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 이용주 교수와 동국대 가정의학과 서상연 교수팀이 2006∼2007년 동안 서울·경기지역 6개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 입원한 말기 암환자 162명이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 점수를 평가하고, 이를 환자의 생존기간과 비교한 결과, 신체기능 상태와 삶의 질 평가가 생존기간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삶의 질 평가 항목 중 건강상태, 감정기능은 점수가 높을수록 말기암 환자의 생존위험비가 낮았다. 즉 환자가 느끼는 건강과 감정 상태가 양호하면 생존기간이 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용주(사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로 삶의 질에 해당하는 환자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신체 상태도 환자의 생존기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인자임이 확인됐다”며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이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말기암 환자 생존기간 예측 어떻게… ‘Karnofsky’ 지수 40점 미만이면 3개월
입력 2014-07-15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