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인터뷰] 최은경 대한방사선종양학회장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한 종양 늘어날 것”

입력 2014-07-15 02:49
최은경 회장은 방사선 치료계획을 세우는 일은 주치의의 몫이라며 기기의 역량만 내세운 의료정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방사선은 공간을 통과하며 고속으로 진동하는 전자파를 말한다. 1895년 뢴트겐이 엑스선(X-ray)을 발견한 이후 의학 분야에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치료는 수술, 화학요법과 함께 암 치료의 3대 요법 중 하나다. 최신 방사선기기일수록 더욱 정밀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암센터를 둔 대형병원들도 암환자 유치를 위해 최신 의료기기의 도입사실을 적극 홍보한다.

이에 대해 최은경 대한방사선종양학회장(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은 왜곡된 의료현실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방사선 치료는 기기의 물리적 성질과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임상적 측면 등을 고려한 종합 의료다. 종양의 크기, 방사선 감수성에 따라 필요한 선량과 방사선이 닿는 범위를 세분화하는 치료계획은 철저히 의료진이 결정한다. 기계의 역량만을 앞세워 홍보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가령 양성자 치료기는 꿈의 치료기라고 불리며 최신 의료기기로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가 무척 많이 들 뿐더러 적용할 수 있는 암종에 제한이 있다. 기존 방사선기기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꿈의 치료기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훌륭한 무기를 꼽을 수 있지만 그 무기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줄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소속된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소위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들과 비교해 최신 방사선기기의 도입이 늦은 편이다. 그 이유는 기존 방사선기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최상의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설명처럼 엑스선, 중성자, 양성자 등 다양한 종류의 방사선기기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방사선 치료다. 특히 방사선 치료 성적이 날로 향상되는 배경에는 고도로 컴퓨터화된 치료장치의 개발이 한몫을 한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 조직 뒤에 있는 정상조직까지 파괴했다. 반면 최근 도입된 기기들은 공통적으로 인체를 투과하는 빔의 세기를 조절해 암세포만 정확하게 조준해 파괴할 수 있다. 또한 암 조직에서 최대의 파괴력을 발휘한 후 바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정상조직에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사실 과거 방사선 치료는 치료보다 암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이용됐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보조적 치료도구로 보는 견해 때문에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수준은 의료선진국과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암환자가 방사선치료를 받는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미국은 60%, 영국은 40% 정도의 암환자가 치료기간 중 한번이라도 방사선치료를 받지만 국내는 아직 30%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는 방사선 치료를 ‘마지막 선택’ 쯤으로 여기는 국내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방사선 기기의 발달로 암 덩어리만 골라서 파괴할 뿐더러 치료효과도 굉장히 좋아졌다.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을 완치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환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어느 진료과보다 먼저 우리 과를 찾아오기도 한다. 앞으로 방사선 치료 성적은 날로 향상될 것이며 종양에 따라서 방사선 치료만으로 완치 가능한 것이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