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수(44·사랑샘교회) 목사는 2012년 10월 세종시 첫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아파트에서 ‘가정교회’로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태권도 체육관으로 예배 처소를 옮겼다. 체육관이 비는 주일에만 예배드리기를 7개월. 그는 올 초 강대상과 피아노 등 교회 비품을 구비해 상가 3층에 교회 간판을 내걸었다. 2년도 채 안돼 가정교회에서 임대교회, 다시 상가교회로 옮긴 유 목사의 목회 이력은 세종시 개척 목회의 전형으로 꼽힌다.
◇교회 26곳, 18개월 만에 배 늘어=지난 1일자로 출범 2주년을 맞은 세종시. 약 1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세종시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지난 4일 오전 아름동 아파트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가림막을 걷어낸 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7층짜리 신축 대형 상가 2개동이 눈에 들어왔다.
세종시기독교연합회(세기연) 행복지회 총무인 김규정(48·큰나라사람들교회) 목사가 상가 건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달 중에 문을 여는 종합상가입니다. 이 건물에만 6개 교회가 들어서요. 바로 옆 상가에 있는 기존 교회들까지 포함하면 상가교회만 10곳이 넘어요.”
세기연 행복지회에 따르면 세종시(1개읍 9개면 14개동) 전체 지역 가운데 청사를 중심으로 조성된 행정중심복합도시(3개면 14개동)에 설립된 교회는 이달 초 총 26곳이다. 아파트 등 집에서 예배드리는 가정교회 8곳, 상가교회 9곳, 태권도장이나 학교 강당 등을 빌려 쓰는 임대교회 5곳, 독립건물교회 4곳 등이다. 이달 중 문을 여는 6개 교회까지 포함하면 2012년 12월(14곳)의 배를 넘는다.
◇인구·교회 계속 늘어 ‘생존경쟁’ 불가피=현재 한솔·도담동 등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인구는 3만 여명이며, 올 연말까지 1만7000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내년에는 15만명, 2030년에는 50만명이 상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회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기연 행복지회 회장 이병구(세종우리교회) 목사는 “현재로서는 타 지역보다 세종시의 임대료 수준이 높고 공급 물량이 부족해 예배당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 “어렵게 상가에 예배당을 마련해도 자체 건물을 지닌 중대형 교회들의 흡인력이 워낙 커서 교인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 목회자들 상당수는 ‘가정교회→임대교회→상가교회→독립건물교회’ 수순을 밟으며 목회 발전을 꾀하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태권도장을 빌려 임대교회로 목회를 시작한 정원재(세종중앙교회) 목사도 이달 중 상가로 교회를 옮긴다. 장년 성도가 40명에서 80명 정도로 늘면서 상가교회로 옮길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세종시 1호 교회인 세종온누리교회(선우권 목사)도 상가교회로 시작했지만 연면적 3140㎡(약 950평) 규모의 독립건물 예배당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가능성 많은 세종시, 다양한 목회 유형 필요”=세종시에 교회가 몰리면서 다양한 목회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통 목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대와 계층, 직업, 나이 등을 타깃으로 틈새를 찾아 활동하는 특수 목회·선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규정 목사는 2년 전 가정교회로 개척목회 첫발을 뗐지만 1년쯤 지나 목회 방향을 틀었다. 몇몇 목회자들과 함께 ‘세종도시사역’이라는 선교단체를 만든 것. 이 단체는 작은 교회의 각종 행사를 돕거나 정부청사 및 기업체의 신우회 말씀 사역 등을 돕고 있다. 김 목사는 “향후 세종시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사역을 준비 중인데, 사역자가 부족하다”면서 “전국의 많은 목회자들이 세종시 사역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병구 목사는 “물량중심, 예배당 중심이었던 기존 목회의 틀을 세종시 교회가 깨면 좋겠다”면서 “지역 교회 및 후원 교회들과 협력하면서 중·소 규모의 건강한 교회들이 활발하게 사역할 수 있는 목회의 모판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뉴스&이슈] 세종 행정중심도시 목회 현장… “행정수도 성시화는 연합·틈새 목회로”
입력 2014-07-09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