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도 솔∼솔 통일 봄바람… 은행권 ‘통일금융’ 경쟁

입력 2014-07-25 03:08
우리은행과 대한적십자사의 ‘통일기금 조성 및 운영’ 업무협약식. 우리은행 제공
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통일기원적금’. KB국민은행 제공
최근 금융권에 통일 논의가 활발하다. 분위기만 보면 당장이라도 통일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단초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선언'이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통일을 대비한 연구센터를 세우더니 유관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다른 경제체제를 갖고 있기에 금융분야 통합을 위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엔 이견이 없지만 급작스런 행보가 일회성에 그칠지 모른단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금융연구원, IBK기업은행 등은 산하에 북한경제 관련 연구소 혹은 연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통일금융 움직임은 특히 정책금융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에서 활발하다. 아울러 각 은행 수장들은 자신들이 통일금융을 이끌겠다고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6일 독일재건은행과 통일금융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 일환으로 연내 통일금융 공동 콘퍼런스 개최에 합의하고, 독일재건은행과 통일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홍기택 산업은행지주 회장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개발금융기관장 회의 기조연설에서 “산업은행이 북한 경제개발 금융지원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과 공동으로 ‘2014 북한개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통일기반 구축을 위한 동북아와 북한의 개발협력 방안 모색이 주제였다. 이날 이덕훈 행장은 개회사에서 “수은은 국제금융기구와 함께 북한 개발협력 방안을 모색하여 동북아 개발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수은이 통일금융의 선봉에 설 것임을 강조했다. 수은은 지난 4월 북한개발연구센터를 개설했다.

금융연구원도 지난 3월 통일금융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지난달 24일 정책금융공사와 함께 ‘체제전환국의 경험과 통일금융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통일금융 세미나를 열었다. 올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기업은행은 아예 ‘IBK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통일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북한이탈주민의 경제·금융분야 정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해 모란통장과 진달래통장을 상표등록하기도 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통일을 정면에 내세운 금융상품도 내놨다. 우리은행은 ‘우리겨레 통일금융상품’을, KB국민은행은 ‘통일기원적금’을 출시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정권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비판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붐이 일어서 좀 더 확장된 측면은 있지만 통일은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라고 반박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강문성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에 통일금융 관련 논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통일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통일금융이 제2의 녹색금융, 창조금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연구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