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실험해보니… 아파트 화장실 흡연땐 5분내 위·아래층 솔솔

입력 2014-07-09 03:23

아파트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켠 채 담배를 피워도 위·아래층 가정으로 5분 안에 니코틴·미세먼지·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유입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배 유해물질은 입자가 작아 20여 시간을 공기 중에 떠다녀서 집안 흡연자가 있는 가정은 지하철 승강장보다도 공기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측정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있어 층간소음에 이어 실내 흡연은 또 다른 이웃 간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아파트 실내 흡연과 유해물질 확산의 특성을 연구·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아파트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울 경우 담배연기는 최대 1초에 20㎝씩 위·아래층으로 퍼졌다. 환기 통로를 통해 위·아래층 화장실로 담배연기가 도달하는 데는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번 실험은 지난해 분양을 앞둔 신축 아파트 1개 동의 4개 층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위·아래층 가구가 모두 화장실 환풍기를 켜놓을 경우 담배연기는 그대로 옥상으로 배출됐다. ‘흡연자의 화장실→환기통로→위·아래층 화장실 환풍기’ 경로로 담배연기가 이동하지만 각 층의 환풍기가 돌면 담배연기가 차단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웃의 담배연기를 막으려면 항상 화장실 환풍기를 돌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소음·관리 등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화장실 환풍기를 켜놓지 않을 것”이라며 이웃집의 담배연기 피해 가능성을 말했다.

닫힌 방(24㎥ 기준)에서 담배를 2개비만 피워도 지하철 승강장 수준으로 공기가 오염됐다. 이 경우 미세먼지의 중금속 농도는 비소 0.004㎍/㎥, 크롬 0.018㎍/㎥, 카드뮴 0.003㎍/㎥로 측정됐다. 지하철 승강장의 비소 0.002㎍/㎥, 크롬 0.011㎍/㎥, 카드뮴 0.001㎍/㎥ 농도를 웃도는 수치다(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담배 10개비를 피우면 납 농도는 0.185㎍/㎥로 치솟는다. 지하철 승강장의 평균 납 농도인 0.092㎍/㎥의 배가 넘고 실내주차장(0.032㎍/㎥), 버스터미널 대합실(0.039㎍/㎥) 납 농도의 4∼6배나 된다.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담배 유해물질은 공기 중에 오래 잔류했다. 실내에서 담배 2개비를 피울 때 20시간이 지나야 담배연기 미세먼지가 모두 가라앉았다. 10개비를 피우면 24시간이 지나도 그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기계식 환기에 의존하는 밀폐형 공동주택이 미세먼지 등 실내오염물질을 줄이려면 상시 환기를 해야 한다”고 권했다.

의학계는 직접흡연이든 간접흡연이든 담배연기는 폐암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최대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소세포폐암은 일반 폐암의 15% 비율로 나타나지만 치명적이다. 암 덩어리가 작고 일부에 국한됐더라도 일단 확진을 받으면 암이 전신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으로 호전돼도 첫 치료 후 2∼3개월이 안돼 재발하기 쉽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