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8일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 3일 전략공천을 발표한 지 엿새 만이다. 그러나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충격과 한탄이 쏟아졌다. 운동권 20년 지기인 둘의 우정이 '파국열차'를 탄 것은 물론 새정치연합의 동작을 선거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파국열차' 탄 동작을 전략공천=기 전 부시장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와 가까운 인재근·유은혜 의원 등이 곁을 지켰다. 그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백척간두진일보'의 심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기 전 부시장은 전략공천에 반발하는 허 전 위원장에 대해선 "평생의 빚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 전 위원장이 지지자 10여명과 몰려와 "패륜공천" "원칙을 지키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견이 중단됐다. 허 전 위원장은 물리적 충돌 속에 단상을 점거한 뒤 "절대 안 된다"고 소리쳤다. 허 전 위원장은 "23년 지기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며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양측 관계자들이 육탄전을 벌이면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고, 정론관 주변은 난장판이 됐다.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온 기 전 부시장은 기자들에게 "14년간 지역을 지키며 헌신한 사람(허 전 위원장)의 절규를 이해한다"고 무겁게 말했다.
◇김한길·안철수 대표, 상황 너무 쉽게 판단했나=기 전 부시장은 486 운동권 관계자들이 지난 4∼5일 "명분이 없다"며 동작을 출마를 만류하자 불출마를 검토했다. 이인영 의원 등은 아예 광주로 내려가 동작을 불출마를 설득했다. 그러나 기류 변화를 감지한 당 지도부는 지난 6일 기 전 부시장에게 "전략공천을 거부하면 모두 다 죽는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평련과 486 의원들을 통해 허 전 위원장을 먼저 설득했어야 했다"며 "두 대표가 허 전 위원장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두 대표가 동작을 필승카드를 고르는 데 집중한 나머지 반발 무마를 위한 사전 조율작업을 거의 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 시장은 당초 안 대표에게 "기 전 부시장에게 기회를 달라"며 공천을 당부한 것으로 보이나 광주 광산을이 아닌 동작을이 되자 사실상 입을 닫았다.
◇기동민 카드, 동작을 승산 가능성은=잡음만 아니었다면 기 전 부시장은 동작을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공천 파동에 따른 '노이즈 마케팅'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그의 인지도가 급상승했지만 '신선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는 얻지 못하고 있다. 허 전 위원장의 반발을 감안하면 당 조직은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고, 당원 동원 선거라는 측면이 강하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왜 (새정치연합에) 양보를 해야 되느냐"고 반발했다.
◇금태섭은 수원 전략공천도 거부=당 최고위원회의는 수원 팔달에 손학규 상임고문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영통과 권선에는 박광온 대변인, 금태섭 전 대변인, 백혜련 변호사 등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한 지역(동작을)에 출마선언을 했던 마당에 다른 지역에서 출마할 순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로 실시된 전남 함평·영광·장성·담양 경선에서는 이개호 전 전남 행정부지사가 안 대표 측 인사인 이석형 전 함평군수를 꺾고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재보선 공천에서 안 대표 측 인사는 사실상 전멸했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
野, 사분오열 조짐… 기동민 출마선언 회견장에 허동준 난입 난장판
입력 2014-07-09 02:57 수정 2014-07-09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