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힘든 수박·상추 갓 딴 듯 싱싱… 첨단 저장기술로 ‘장마 물가’ 잡는다

입력 2014-07-09 02:29
8일 오전 경기도 이천 이마트 후레쉬센터 CA 저장고에서 직원들이 저장보관 중인 수박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CA 저장방식은 저온 상태에서 공기를 조절해 수확 시와 유사한 상태로 유지하는 저장기술이다. 이마트 제공

8일 찾은 경기도 이천의 이마트 후레쉬센터 3층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에는 수박 6000여통을 비롯해 자두 상추 등이 밀폐된 채 보관 중이었다. 수박의 경우 지난 주말 입고된 후 5일이 지났지만 꼭지가 갓 딴 것처럼 싱싱했다. 수확 후부터 꼭지가 쉽게 말라 3일 이상 저장이 힘든 수박이지만 이곳 CA 저장고에서는 10일 가까이 저장이 가능하다.

저장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CA 저장 방식은 저온 상태에서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 공기 중의 성분을 조절해 수확 시와 유사한 상태로 유지하는 저장기술이다. 저장 물건에 따라 공기 중의 성분 농도를 바꾸는데 질소 85∼92%, 이산화탄소 5∼8%, 산소 3∼7%로 조정한다. 공기 중의 산소 비율을 낮춰 과일을 비롯한 채소의 노화와 대사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유럽 일본 등에서 이미 도입됐지만 이마트는 2012년 8월 후레쉬센터 개장에 맞춰 CA 저장고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CA 저장고 가동 이후 사과 단감 등 비교적 저장이 용이한 과일을 시작으로 저장에 들어간 후 올해부터 수박 상추 등 장기 저장이 힘든 품목으로 저장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CA 저장 방식 도입으로 저장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여름 장마철이나 혹서기 기후 변화에 따라 공급이 크게 달라지는 품목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 상추는 비가 오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 작업이 불가능해 장마철에 공급이 크게 제한되는 품목이다. 여름휴가 시즌에 맞춰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널뛰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7월 1일 가락시장에서 4㎏당 1만2770원이던 청상추 가격은 장마철이 되면서 오르기 시작해 같은 달 19일에는 4만3822원까지 뛰었다.

품질도 그대로 유지된다. 수박은 장마철이 되면 평균 당도가 2∼3브릭스(Brix·100g의 물에 녹아 있는 설탕의 g) 정도 떨어져 ‘맹탕수박’이 되기 일쑤였지만 저장 기간이 늘면서 과일의 당도 유지가 보다 용이해졌다. 이마트는 기존 CA 저장 품목의 저장 기간을 늘리고 현재 10개인 CA 저장 품목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홍덕 후레쉬센터장은 “수박과 상추는 저장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CA 저장 방식을 상용화했다”며 “앞으로 체리 참외 파프리카 시금치 브로콜리 등으로 테스트 품목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천=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