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8일, 기획재정부는 현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동반부진’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7월 경제동향’에서 “산업생산 감소, 소비 침체, 투자 부진이 겹치면서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 후보자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현 위기를 타개할 뜻을 내비쳤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가 여러 가지 정책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폴리시-믹스(Policy-Mix·정책조합)’를 표방했다면 최 후보자는 선이 굵은 한두 가지 정책으로 경기 흐름을 확 바꾸겠다는 ‘폴리시-맥스(Max·정책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발표부터 세제개편안, 내년 예산안 편성에서 최 후보자의 색깔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3가지 키워드로 최경환호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봤다.
◇추가경정예산=“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힌 최 후보자는 이를 위해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6조∼8조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추경 편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 있다. 재정을 좀 더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최 후보자로서는 부족한 ‘실탄’을 보충할 필요성도 있다. 문제는 지금이 과연 추경을 편성할 만큼의 비상시국인지 여부다. 국가재정법상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경기 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발생에 한해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정부 스스로 올해 3.9% 성장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에게 빚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추경을 편성한다 해도 실제 집행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심리적 효과 외에는 실질적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LTV·DTI 완화=최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정책 일관성보다는 급변하는 시장의 움직임에 정책도 보조를 맞춰야 된다는 시각이다. 최 후보자는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 청문회 당시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재지정에 대해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투기과열지구는 시장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게 원리에 맞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여름에 겨울옷’으로 비유하며 규제를 완화할 뜻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최 후보자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반대의 주요 이유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세 자릿수에 근접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최 후보자가 풀어야 할 다급한 숙제다. 수출 위주 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에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수익성 악화는 분명 악재다. 성장우선주의자인 최 후보자가 환율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 후보자는 이날 “(환율) 변동이 좀 급한 편”이라며 “필요하면 미세 조정을 하는 등 외환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최경환 인사청문회] “선 굵은 정책으로 경기흐름 확 바꾼다”… ‘폴리시 맥스’ 지향
입력 2014-07-09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