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위험은 우리 상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바꾸고 있습니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위험사회’의 저자이며 세계적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사진) 독일 뮌헨대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국회 기후변화포럼,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강연에서 벡 교수가 내놓은 분석은 다소 낙관적이다. 최근 세계적 규모로 일어나는 재난과 위험에 ‘긍정적 부작용’이 내재돼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는 친환경적 생활양식을 가져왔다. 자연 파괴적인 경제체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큰 자극제가 됐다. ‘나쁜 것’으로 여겨졌던 위험들이 의도치 않게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요지다.
벡 교수는 특히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예로 들었다. 당시 재난 피해자가 대부분 흑인 등 소수인종이어서 ‘환경적 인종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카트리나를 계기로 그동안 별개 문제로 여겨졌던 환경과 인종 갈등이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벡 교수는 “카트리나 이전의 연구는 홍수를 ‘환경 정의’의 문제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대중과 학계의 성찰로 인종차별을 반성하는 동시에 그것을 홍수와 연결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도 시사점이 있다. 함께 강연에 나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비극적 참사를 겪으며 한국 국민은 국가의 무능과 ‘조직화된 무책임’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었음을 발견했고 곳곳에서 분노와 좌절감이 표출됐다”며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 개조의 의지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벡 교수의 논의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위험, 우리 생각 바꿔 놓는 긍정적 측면도”… 울리히 벡 교수 특별 강연회
입력 2014-07-09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