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승기·이종석도 못 구한 미니시리즈

입력 2014-07-09 02:00
지상파 3사 월화·수목 드라마 중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SBS ‘닥터 이방인(위쪽)’과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한 장면. ‘닥터 이방인’은 지난 7일 전국 기준 시청률 10.9%,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지난 2일 기준 시청률 11.8%를 기록했다. SBS 제공

드라마의 꽃이라 불리던 밤 10시대 프라임 타임. 신인 배우들에겐 꿈의 작품이었던 월화·수목 드라마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별에서 온 그대’와 4월 종영한 MBC ‘기황후’ 이후 눈에 띄는 작품이 없는 모양새다. 10%를 겨우 넘는 턱없이 낮은 시청률.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해도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지상파 3사의 월화·수목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쟁쟁하다. 40대 대표 배우 이범수와 차승원. ‘시청률 제조기’라 불려 온 이승기와 이종석. 지난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고아라 박해진 신성록 등이 3사 드라마에 골고루 포진돼있다. 아이돌 그룹 JYJ 김재중,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 에이핑크의 정은지 등 소년소녀 팬들을 울릴 가수들도 주연을 꿰찼다.

이런 상황인데도 시청률은 전작들에 비해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동시간대 1위를 하는 드라마만이 겨우 시청률 10%에 턱걸이를 한다.

8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7일 방송된 3사의 월화드라마의 경우 MBC ‘트라이앵글’이 9%, SBS ‘닥터이방인’이 10.9%, KBS ‘트로트의 연인’이 6.5%를 기록했다(이하 전국기준). 수목 드라마도 사정은 비슷하다.

2일 기준 KBS ‘조선총잡이’가 8.7%,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운널사)’가 7.2%,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너포위)’가 11.8%를 기록하는 등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탈북, 의학, 멜로를 합쳐 놓으니 매 회 동떨어진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닥터이방인)” “뻔한 스토리로 궁금증 유발에 실패했다(운널사)” 등 각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근 드라마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전문가들은 이를 ‘장르 드라마 피로증’으로 설명한다. 올 상반기 방송 3사가 쏟아낸 복수, 느와르, 스릴러, 추리, 법정 등 장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꼈고 이를 쇄신하기 위해 시작한 드라마들도 뻔한 이야기뿐이어서 호소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KBS 월화극 ‘트로트의 연인’의 경우 소녀가장 최춘희(정은지 분)가 천재 작곡가 장준현(지현우 분)을 만나 트로트 가수로 성공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다.

MBC에서 지난 2일 첫 방송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로펌 사무직원인 김미영(장나라 분)이 능력과 외모를 갖춘 이건(장혁 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3년 만에 장혁과 장나라가 다시 만난다는 소식에 초반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인기를 이어가는 데는 역부족이다.

정석희 드라마 평론가는 “장르는 다양해졌지만 밀도 있게 그려가는 드라마는 없는 현실”이라며 “해외시장만을 겨냥한 캐스팅, 졸속 촬영 등으로 오히려 드라마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새로운 장르 드라마들이 상반기 대거 나왔다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식상한 느낌의 대중 드라마와 어려운 내용의 장르 드라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본방송을 보기보단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시청층이 늘고 있는 등 시청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