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이 공시되자마자 미래에셋증권은 발 빠르게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최근 하락한 주가에 추가 실적부진 가능성이 일부 반영됐다"면서도 "당분간 이익을 큰 폭으로 늘려줄 '어닝 모멘텀'이 부재하다"며 주가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때 목표주가가 200만원을 상회했던 삼성전자의 이날 장 마감 가격은 129만5000원이다. 그간 2분기 실적 부진 예상으로 워낙 많이 떨어져 이날은 기술적으로 반등해 3000원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 원인을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서 찾았고, 반도체 등 타 분야에서 선전하더라도 최근 하락세였던 주가가 쉽게 뛰어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실적 가운데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4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풀이하는데, 이는 전 분기보다 30%가량 줄어든 수치다.
스마트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시점이 애플의 '아이폰6' 공개 타이밍과 맞부딪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은 4분기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램과 LCD시장 상승세로 반도체 부품 실적이 회복되더라도 스마트폰 이익률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주가 회복이 잘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를 홀로 떠받쳐 온 '대장주'의 부진이 확인되자 거래 부진에 시달려온 유가증권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급감을 예견이라도 한 듯 이날 아침 "4할은 아니어도 3할 초반 타율은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4번 타자의 부진은 팀 전체적으로도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코멘트했다. 삼성증권은 "선진·신흥국 경기 디커플링, 중국 부진, 원화 강세 등으로 대타가 마땅치 않다"며 올해 국내 증시 실적 개선 기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계적인 장기 불황과 원화 강세 기조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은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Spectrum)에 따르면 증권가는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7%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96%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나마 아직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이며,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011년부터 3년간 코스피200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실제 발표된 순이익에 비해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는 평균 32.9% 과대 추정됐다. 한국투자증권 안혁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지만 경기 회복이 지연된 것이 실적 과대 추정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4포인트(0.08%) 오른 2006.66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쇼크를 비롯해 수출기업들의 2분기 실적 우려에 상승 폭은 미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삼성전자 ‘어닝쇼크’ 시장 반응… “당분간 이익 큰 폭으로 늘려줄 ‘어닝 모멘텀’ 없다”
입력 2014-07-09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