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전·현직 임원들과 구청 공무원들이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5년여 전 민원 처리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황금열쇠가 화근이 됐다. 검찰은 처벌 여부와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서울 강남구청은 2008년 11월 3일∼12월 7일 신현대아파트와 강남구 소유 공영주차장 사이에 바위로 담장을 설치하고 조경수를 심는 정비 사업을 진행했다. 구 예산 3억8000만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사는 신현대아파트 주민들의 오랜 민원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아파트 동(棟)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주자 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에서 임원 회의를 열고 숙원 사업을 해결해 준 강남구청 공무원들에게 사례를 하기로 의결했다. 임원들은 같은 해 12월 중순 감사패와 순금 1냥(37.5g·약 150만원)짜리 행운의 열쇠를 들고 강남구청을 방문, 공사를 담당한 과장 2명과 팀장 1명에게 각각 전달했다.
그런데 그해 6월 치러진 동별 대표자 선거에 대해 법원이 2011년 2월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며 동 대표 21명의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새롭게 꾸려진 입주자 대표회의는 공무원들에게 황금열쇠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전임 임원 6명을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지난해 초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지난해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중요경제범죄조사2팀(팀장 황보중)에 맡겼다. 지난 1월 신설된 중요경제범죄조사팀은 경력 20년 이상의 고참 검사들로 이뤄졌으며 처리가 까다로운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강남구청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해 사업 관련 서류와 회계 장부 등을 확보했다. 해당 공무원과 아파트 주민들도 불러 조사했다. 문제의 황금열쇠는 아직 공무원들이 보관 중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사실관계 파악을 마치고 최종 처리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5년도 더 된 일이고, 수수 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 대가성 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거진 이면에 주민들 간의 알력 다툼도 일부 자리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8일 "통상적 뇌물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주민들이 회의까지 열어 결정했고, 구청을 찾아가 반(半)공개적으로 감사패와 함께 열쇠를 전달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열쇠를 받은 한 공무원은 "입주자 대표들이 '주민들 정성을 모은 거다. 거절하면 공무원이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같은 사안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 발효됐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을 경우 대가성이나 직무연관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은 아직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단독] 황금열쇠 때문에 강남 아파트 시끌… 도대체 무슨 일?
입력 2014-07-09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