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매년 이맘때, 정부가 이듬해 세제개편안의 틀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7월쯤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사안이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또는 공제금액·한도 축소’다. 올해도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2015년도 세제개편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이 제도에 대한 여론을 파악 중이다. 내심 폐지하고 싶으나 여론을 의식해 공제금액 비율을 15%에서 10%로 축소하는 선에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도입돼 2000년부터 시행됐다. 98년 2월 출범한 김대중정부의 최대 목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의 탈출이었다. 방법의 하나는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었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가 해법으로 떠올랐고 이를 촉진키 위한 방안이 세금 혜택이었다. 카드를 많이 쓰게 해 탈세가 극심했던 자영업자들의 세원을 양성화, 세금을 많이 걷고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이 제도는 시행 이후 계속 손질됐다. 14년 동안 6번이나 ‘축소와 폐지’ 논의가 거듭됐고, 공제금액·규모가 7번이나 바뀌었다. 수시로 뜯어고쳐져 동네북처럼 취급됐다. 기재부는 도입 취지가 달성된 만큼 오는 12월 말 일몰(기한이 정해져 효력이 끝나는 것)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반드시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세입 결손 규모가 지난해 8조5000억원보다 많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1조3800억원의 감면 혜택을 받는 이 제도를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제도의 취지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자영업자의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수단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서민·중산층 근로자 조세부담 경감에 더 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수 기반 확충 못지않게 근로자 ‘소득보전’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13월의 월급’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부족한 세수는 증세 등을 통해 메울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처럼 연내 일몰되는 53개의 비과세·감면 제도 중 상당수를 없애 세수를 확보, 복지 수요를 감당하겠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증세를 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유념할 점은 비과세·감면 제도 대부분이 서민과 농어민 등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복지 예산을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려는 기재부의 시각은 ‘병 주고 약 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 나라들이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가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경우 법인세가 우선 해당된다. 현재의 법인세는 이명박정부 때 크게 완화됐다.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3% 포인트나 내렸고, 세율도 2개 구간에서 3개 구간으로 넓혀 세 부담을 대폭 줄였다. 이 외에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연구개발비용세액공제 등 대기업들에는 세정 지원을 몰아줬다. 세정 지원과 환율정책 등 정부 지원으로 배를 불린 대기업들에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손질하는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와도 엇박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은 24.7%로 OECD 회원국 평균 18.3%보다 높다. 이는 자영업 탈세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한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가 유효하다는 반증이다.
심화되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복지 예산 증대는 불가피하다. 다만 서민·중산층 근로자의 유일한 절세 통로인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여론을 거스르는 세정은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이 제도에는 세제와 세정의 원칙을 초월한 또 다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세제 당국은 명심해야겠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정진영 칼럼] 동네북 신용카드 소득공제
입력 2014-07-09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