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7월 9일 전략경제대화… 쟁점 많은 ‘험난한 대화’

입력 2014-07-09 02:05
중국과 미국의 안보·경제 분야 고위급 당국자들이 참여하는 중·미 전략경제대화가 9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전략경제대화는 올해로 6번째다. 그동안과 달리 이번에는 정식 개막식이 개최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최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참석 대표들의 면면을 보면 대화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대표로 나서고 미국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참석한다. 이 밖에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함께한다.

이번 전략경제대화에는 사이버 해킹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 일본의 집단자위권 등 민감한 쟁점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문제도 토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험로가 예견되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양국이 맞서는 부분은 사이버 해킹 문제다. 미국이 지난 5월 자국 기업들을 해킹한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하자 중국은 “미국은 해킹 피해국이 아니라 가해국”이라고 맞서고 있다. 장 부장조리는 “미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그동안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 잡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현재 양국 관계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한 이후 가장 힘든 시련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버트 로스 하버드대 교수는 “동아시아 정세는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일본이나 필리핀 등 전통적인 우방들을 비롯해 베트남까지도 한편으로 만들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이 패를 갈라 싸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도 중국이 무력을 앞세워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려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위급 만남 자체가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왕징 미 세튼홀대 교수는 BBC중문망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간 계속된 양국 관계의 ‘역풍’을 고려한다면 이번 전략 대화의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며 “대화가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양국 모두 이러한 관계의 어긋남을 바로 잡으려는 성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화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비드 달러 베이징 주재 전 미 재무부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양국 관계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번 대화가 하락 곡선을 멈추게 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