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해당 소초장인 강모 중위가 사건 직후 소초를 무단이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중위는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할 당시 부대 지휘책임이 있는데도 상황실을 비웠고, 총소리가 나자 옆 소초로 피신한 것으로 육군중앙수사단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가 총기 및 탄약소 보관함 열쇠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데다 피신하는 바람에 소초원들이 열쇠를 찾느라 허둥지둥하다가 임 병장을 검거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최전방 부대의 군기가 이토록 해이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총기난사 이틀 전인 19일에는 경기도 파주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MDL(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귀순벨을 누르고 도주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 2∼3명이 파주 육군 1사단이 관할하는 비무장지대로 침투한 후 아군 최전방 감시초소(GP)와 GP 사이에 설치된 철책에 붙어 있는 귀순자 유도벨을 누르고 귀순 안내표지판을 가져가 버렸다. 아군 GP와 유도벨이 설치된 철책 사이의 거리는 약 700m라고 하니 경계를 철저히 했거나 재빨리 대응했더라면 적군의 MDL 월경을 저지하거나 사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군 당국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질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경계태세가 부실했던 과오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번에도 보고 불이행과 허위보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초장 강 중위는 상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도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 해당 초소의 원래 소초장도 지난 4월 중순 감시 장비를 잃어버리고 시설물 훼손 보고를 지연한 책임으로 보직 해임됐다고 한다. 이후 소초장 직무대리를 맡은 강 중위는 군 수사 과정에서 “인접 소초에 지원을 요청하려고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당국은 전화로도 연락이 가능했다고 반박하고, 강 중위를 군무이탈 및 전투준비 태만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허위보고를 포함한 보고체계의 부실은 특히 군에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최전방 병사나 지휘관의 사소해 보이는 보고 불이행이나 부실 보고가 상급부대 조치에 차질을 초래하고 그 결과 대규모 작전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전쟁 승패의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총기난사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정직하지 못한 태도로 국민들을 여러 차례 실망시켰다. ‘임 병장 메모’ 공개를 둘러싼 시비와 ‘가짜 임 병장’ 논란 등이 그랬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 대처의 문제점과 더불어 폭언과 가혹행위 등 군대 내부 부조리까지 과감히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군무이탈·보고 불이행 , 軍기강 이대론 안 된다
입력 2014-07-09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