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건설공사로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가 발주한 정밀 안전점검 용역이 파행 위기에 몰렸다. 이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송파구는 지난달 초 ‘송파나루근린공원(석촌호수) 수질·수위 개선 및 명소(名所)화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말 석촌호수 수위 저하 문제가 이슈화된 뒤 지방자치단체가 공식 발주한 유일한 안전점검 용역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 단독 입찰한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 한봉호(조경학과) 교수팀이 “안전점검은 우리 일이 아니다”며 계약 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 교수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입찰에 참여한 건 송파구가 용역 발주 때 과업지시서에 밝힌 대로 석촌호수 주변의 생태환경 개선 같은 공원화 계획이 주목적”이라며 “정밀 안전점검은 우리의 연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용역 발주 당시 “석촌호수 일대의 안전점검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과업지시서에는 안전점검보다 공원 재정비 사업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자문회의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송파구가 안전점검이 아닌 공원 명소화 계획으로 ‘물타기’ 용역을 발주했다”며 “이래서는 자문회의가 정밀조사를 제안했던 부분을 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우리 제안서는 송파구 과업지시서에 따라 석촌호수 명소화 연구가 중심인데, 특정 회사의 건설공사로 인한 안전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송파구가 밝혔던 취지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선 토목 분야의 별도 용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파구는 이 용역의 경쟁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자 유일한 입찰자인 한 교수팀과 이번 주 수의계약을 체결할 방침이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한 교수팀이 공원계획, 석촌호수 수위·수질관리, 토목 분야 등 각 분야 전문가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만큼 과제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수팀이 계약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연구용역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파행이 거듭되자 서울시가 직접 별도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정밀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용역비 2억원은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키로 했다. 송파구의 용역비 3억원은 롯데그룹이 전액 부담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송파구가 발주한 용역은 당초 의도와 달리 석촌호수 수질과 명소화에 포인트를 맞춘 것”이라며 “안전점검과 관련된 내용에 무게를 둔 연구를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단독] 석촌호수 점검 용역 파행 위기… 발주한 송파구 공원 명소화에 무게 둬
입력 2014-07-09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