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死線에서 배우는 용기와 헌신

입력 2014-07-09 02:27
수상안전요원 교육생들이 입영훈련을 하고 있다. 입영은 구조자와 익수자(溺水者)가 같이 뜰 수 있는 영법으로 인명 구조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이다.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손을 쓰지 않고 다리 동작에 의해 떠 있어야 한다. 4분 동안 서 있어야 테스트에 통과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영법(泳法) 중 하나다.
익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조자의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면이 낮을 경우 이용한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입수 자세가 있다.
의식이 있는 익수자가 붙잡을 경우 구조자도 위험하기 때문에 먼저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익수자와 같이 물속으로 들어간 뒤 익수자를 밀쳐내고 멀리 떨어져야 한다. 시선은 계속 익수자를 주시해야 한다.
수상안전요원 교육생이 겨드랑이 운반법으로 익수자를 구조하고 있다. 이 운반법은 익수자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배영(背泳)하듯 하는 방법이다. 이후 한 손으로 가슴을 안은 채 횡영(橫泳)으로 운반하는 가슴잡이 운반법을 사용한다. 체력이 가장 많이 요구된다.
수상안전요원 교육생들이 서울 양천구 신월동 긴급구호센터에서 심장과 폐의 활동이 갑자기 멈췄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 방법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익히고 있다.
“전방에 익수자(溺水者·물에 빠진 사람) 발견!”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 다이빙 풀에서 수상인명구조원(라이프가드·life guard) 교육생들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긴장감 있게 양팔을 벌리고 익수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모습이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한다. 익수자 역할을 하는 숙련된 강사들이 허우적대며 교육생들의 손목이나 머리를 잡아챘다. 이에 교육생들은 잠수해 익수자에게서 떨어졌다가 다시 익수자 뒤로 돌아가 그의 허리를 잡고 물위로 끌고 올라왔다.

수상인명구조원은 여름철 수영장이나 바닷가, 유원지 등에서 수상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 사고 발생 시 익수자를 구조하는 역할을 한다. 총 56시간 동안 맨손구조 및 기구를 사용한 구조법, 접근 및 운반법, 수색 및 구조법, 응급처치법(심폐소생술) 등의 과목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진다.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수상인명구조원 교육 프로그램은 상반기 14개 지사에서 재교육이 아닌 신규 교육만 59차례 실시됐다. 지난 1월 4일 인천지사를 시작으로 6월 30일 대구지사에서 마무리됐다. 서울지사는 5월 19∼29일 진행됐다.

수영만 잘한다고 수상인명구조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익수자를 건져 나오기 위해선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물에 잠겨 있는 5㎏의 바벨을 들고 나오거나 물속에 선 자세로 4분 이상 버티는 입영(立泳), 익수자에게 붙잡혔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기술 등 다양한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대한적십자 서울지사 수상안전 강사 한재문(36)씨는 “물놀이 안전사고는 정말 간단한 안전수칙을 어김으로써 상상하지 못할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5300여명의 교육생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올해는 그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군 제대 직전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교육에 참가했다는 김규성(23)씨는 “그곳에 있었다면 나 또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을 것 같다”며 “수상안전요원이 돼 물에 빠진 사람을 직접 구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은 1주일간의 힘든 교육과 시험을 통과해 수상인명구조원이 된다. 물속에서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살려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물로 뛰어드는 용기와 헌신 역시 필수 덕목이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