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핑크 플로이드

입력 2014-07-09 02:29
‘우리에게 교육은 필요 없어. 우리 생각을 통제하려 하지 마. 교실에서 악랄한 빈정거림은 그만. 선생들은 아이들을 내버려둬.’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1979년 11월 발표한 ‘The Wall(벽)’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Another Brick in the Wall(벽 안의 또 다른 벽돌)’의 가사 일부다. 이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줄지어 컨베이어벨트에 오르고, 컨베이어벨트 끝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기계 속으로 뚝뚝 떨어져 소시지로 나온다. 1980년대 대학시절 음악카페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앨범은 영국에서는 차트 3위를 차지했지만 미국에서는 1980년 15주 연속 정상에 올랐고, 1100만장 넘게 팔렸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 앨범으로 비틀스 이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을 두 장 가진 밴드가 됐다. 1982년 앨런 파커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1994년)에 수록된 ‘교실이데아’도 이 노래의 영향을 받았다. 서태지는 “핑크 플로이드는 음악에 대한 태도와 상상력의 확장을 내게 선사했다”며 ‘The Wall’을 가장 좋아하는 앨범으로 꼽았다.

핑크 플로이드는 1964년 6명으로 결성됐다. 그들이 처음부터 핑크 플로이드란 이름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1966년 당시 활동하던 블루스 연주자 핑크 앤더슨과 플로이드 카운실의 이름을 각각 따서 이름을 지었다.

핑크 플로이드는 획일적 교육체제 비판과 반전 메시지, 문명사회의 인간소외 등 사회성 있는 음악들을 만들었다. 리더인 로저 워터스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당시 영국 정치인이었던 마거릿 대처와 메리 화이트하우스에 대한 냉소를 가사에 담아 팬들을 열광시켰다.

핑크 플로이드가 오는 10월 새 앨범 ‘The Endless River(끝없는 강)’을 발표한다고 한다. 20년 만이다. 수록곡들은 창립 멤버인 릭 라이트가 살아 있던 1990년대 중반의 녹음 작업물을 토대로 한 것이다. 가창력보다 현란한 춤과 외모를 내세운 아이돌이 대세이다 보니 전설적인 록그룹의 음반 출시 소식이 반갑기 그지없다. 1960∼80년대 LP판을 모으던 세대들과 달리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MP3에 음악을 다운받아 듣고 삭제하는 세대다. 흘러간 가수와 아이돌의 합작 리메이크 곡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레전드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