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공격수는 종말을 고했다. 이제는 2선 공격수 전성시대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득점을 책임지는 최전방 공격수(스트라이커)는 그동안 현대 축구의 아이콘이었다. 상대 수비수를 헤집고 신기에 가까운 개인기로 골을 뽑는 스트라이커는 축구사에 오랫동안 기억돼 왔다. ‘축구 황제’ 펠레가 대표적인 선수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대회보다 스트라이커의 존재가 미미했다. 아르헨티나의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은 벨기에와의 8강전에야 겨우 대회 첫 골을 뽑았다.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원톱인 프레드도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그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득점왕이었다.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와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는 이번 대회에서 맥을 못췄다. 세르히오 아궤로(아르헨티나), 디에고 코스타(스페인),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등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은 스트라이커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무득점의 수모를 겪었다. 스트라이커의 종말을 고한 것이다.
그들의 득점력을 대신한 것은 2선 공격수들이었다. 흔히 ‘처진 스트라이커’ ‘섀도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2선 공격수는 스트라이커 뒤에서 활동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말한다. 원톱 바로 밑에 위치해 볼 배급에 치중하면서도 최전방까지 올라가 골을 노리는 포지션이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나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인 처진 스트라이커다. 이들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강’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각각 뛰면서 한 시즌 60골 이상의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과시했다.
브라질월드컵 득점왕도 처진 스트라이커 간의 경쟁이 될 전망이다. 득점 선두(6골)를 달리고 있는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를 비롯해, 네이마르(브라질), 메시(아르헨티나), 토마스 뮐러(독일·이상 4골) 등은 모두 처진 스트라이커다.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을 포함하면 이번 월드컵 4강에 오른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네덜란드는 모두 탁월한 섀도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처진 스트라이커 전성시대를 가져온 것은 전술 형태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의 축구 경향을 보면 모든 팀이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특히 단기간 승부로 펼쳐지는 월드컵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이 보편화됐다. 즉, 앞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낸 뒤 빠른 역습으로 전환해 수비 뒷 공간으로 침투하는 처진 스트라이커가 골을 만들어내는 것이 흔한 광경이 됐다. 이와 함께 스트라이커가 중앙 수비수를 끌어내 만든 공간을 활용해 처진 스트라이커가 뒤로 돌아 침투하는 부분 전술도 주요 득점원이 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도 이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처진 스트라이커에 크게 기대를 걸었다. 원톱 박주영의 뒤에 구자철과 이근호 김보경 등 3명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번갈아 투입됐다. 그 결과 박주영은 부진했지만 구자철 이근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골맛을 봤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맥못추는 스트라이커, 왜?… “최전방은 내게 맡겨” 2선 공격수 전성시대
입력 2014-07-09 03:02 수정 2014-07-09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