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가 큰 재난이 날 때마다 봉사와 기도로 헌신하는데 생뚱한 공격이나 받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현장에서 일해보니 더 그렇습니다. 본 그대로 알리지 않아도 좋으니 비틀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8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고현장 지휘본부가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 진도군교회연합회 소속 김성욱(51·팽목교회) 목사가 바삐 일하다 전화를 받았다. 태풍 ‘너구리’ 영향권에 들면서 팽목항 지원 시설들도 긴급 대피에 나섰다. 김 목사와 크리스천 봉사자들은 몽골텐트를 걷고 피해자 가족 및 봉사자 등에게 나눠주던 생필품 등을 정리했다.
앞서 지난 1일 팽목항 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에서 만난 김 목사는 그나마 조심스레 속내를 털어놨다. 기자가 국민일보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묵묵히 세상을 섬기면 될 일”이라면서도 조금은 허탈해 보였다.
그날 부스엔 한국 교계가 세월호 피해자 가족 및 봉사자 등을 위해 보내준 먹을거리와 생필품이 풍성했다. 많은 봉사단이 팽목항을 떠났음에도 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만큼은 이날도 붐볐다. 구조대원, 행정지원 공무원, 수녀 등이 음료수, 컵라면, 내의, 휴지 등을 감사하며 집어 갔다. 그때마다 김 목사가 일어나 허리 굽혀 인사했다. 이 부스는 4월 16일 사고 이후 장로교, 성결교, 침례교, 군소교단 등 진도군 내 5개 교단이 돌아가며 당번을 서고 있다. 사고 초에는 하루 4∼5교대 각 50∼60명이 매달려야 했다. 지금은 4∼5명이다. 기독교연합봉사단 부스는 지금도 유일한 생필품 공급소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이런 현장을 비추지 않는다. 바다를 향해 의식 행위를 하는 특정 종교인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가장 많은 일하는 개신교는 외면 받는다.
“…답답한 노릇이죠. 그분이 심지어 그 종교의 대표성을 갖는 분도 아닌데…그분 이미지만 주로 보도되니…성금 보낸 미국 크리스천 동포분들께선 ‘한국 교회는 뭐하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세월호 참사’ 관련 교계 봉사 뉴스를 인터넷 등에서 볼 수가 없다는 거죠.”
김 목사의 표정은 내내 복잡했다. ‘서로 대접하기를 원망 없이’(벧전 4:9) 못한 한국 교회 탓이라고 자책하기엔 과한 현실을 경험한 것이다. 뉴미디어란 이름 속에 숨은 사악함을 영의 눈으로 본 것이리라.
종교기획부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현장기자-전정희] ‘세월호’ 봉사 목사의 말못할 고충
입력 2014-07-09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