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인수·합병(M&A)은 몸집을 키워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게 일반적이다. 시너지를 내려면 두 기업의 물리적인 통합 외에도 구성원의 공감, 특히 피인수업체의 자발적인 참여 등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8일 금융권에서는 M&A 이후 계열사 통합을 추진하는 두 금융그룹의 대조적인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자회사로 편입된 우리투자증권 김원규 사장과 이재진 노조위원장 간 노사상생발전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금융지주가 우투증권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실질 통합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노조는 우투증권과 NH농협증권의 원활한 합병 및 조속한 조직안정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양 증권사 간 통합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임 회장은 “업계 선두인 우투증권의 경쟁력을 잘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우투증권 사명을 유지한 뒤 NH우투증권으로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통합을 빨리 한 회사들이 성공했다”며 “통합이 늦어지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노사 간 대치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날 대직원 서면 메시지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기통합 논의 개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현 시점에서의 통합논의 내지는 합병협의는 ‘5년 경과 후 상호 합의로 합병 여부를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한 2012년 2·17합의서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합병 강행을 위한 명분축적용 행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상당수 외환은행 직원들은 김 행장에 대해 “그래도 외환은행 선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그마저 접게 됐다”며 커다란 배신감을 토로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9일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12일 서울역 집회 등 전면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비즈카페] 계열사 통합 너무 다른 농협-하나 금융지주
입력 2014-07-09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