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변창배]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입력 2014-07-09 02:11

온 국민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함께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시작했고, 여야 간에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를 읽는 키워드가 됐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 제일주의와 안전 불감증, 해피아·관피아·국피아 등의 구조화된 문제를 다시 확인했다. 대참사를 통해서 시대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서 새롭게 인구에 회자된 말들이 여럿 있다. ‘골든타임’도 그 중 하나다. 에어 포켓에 생존자가 있다고 보고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골든타임은 사전에 정의된 단어는 아니다. 구급대원이나 의사들이 자주 사용해서 굳어진 말이다. 중증응급환자들의 생존이나 예후가 결정되는 시간을 뜻한다. 특히 심장이 정지했을 경우 4분 이내의 혈액순환 회복 여부가 중대한 고비가 된다. 만일 정지상태로 4분을 넘기면 사망에 이르거나 영구 장애를 갖게 된다. 이 4분을 가리켜 금쪽 같은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한국교회는 늦가을을 맞이했다. 개혁에 대한 요구나 자성의 소리가 이를 일깨운다. 최근 원로 한 분이 이런 고백을 하셨다. “한국교회는 주님을 아프게 하고, 지도자가 주님을 슬프게 했다.”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고백이었다. 한국교회가 주인이신 주님을 아프게 하다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얼마 전 어느 교회가 내걸은 현수막이 인상적이었다. ‘7년 풍년의 7년째 되는 해.’ 요셉이 풀이해 준 바로의 꿈에 빗대어 한국교회의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흉년이 올 것이라는 경고이리라. 시급하게 돌이키기를 촉구한 것이다.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기독교인이 861만명을 겨우 넘었는데, 그 중에는 기독교 계통의 이단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 중에는 그 수가 10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오늘날 그 숫자가 배 가까이 늘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선에서 젊은이들을 대하는 교목들은 다음 세대를 염려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5%도 안된다고 염려하는 이도 있다. 교회에 출석하는 학생들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감추려 한다. 교회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탓이다. 미전도 세대가 밀려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아마도 몹시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겨울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겨울을 넘기면 단단한 나이테를 얻듯이 겨울을 견딘 한국교회도 영글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김장을 담그고, 땔감을 준비하던 조상들의 지혜에서 배워야 한다.

골든타임에는 정확한 상황 파악과 긴급한 대책이 긴요하다. 최근 어느 재벌그룹의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가 왔을 때 자택 근처의 응급의료센터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아서 소생했다. 이처럼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한국교회는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도 긴급하게, 세월호와 같은 처지임을 직시하며!

변창배 목사(예장 통합 총회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