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내기 위해 매일 세 끼 식사로 고기만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 한술 더 떠 식사 중간 중간 배가 고플 때마다 순간적으로 힘을 내기 위해 초콜릿 등 당분으로 에너지를 충전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생활이 한 달만 지속된다면 서서히 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생기거나 단것을 먹어도 에너지로 흡수가 안 되는 당뇨 증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섭취한 고기나 당분이 우리 몸을 망가트려 고혈압에 걸리게 하거나 당뇨병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회사가 운영되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단기적 성과를 내는 과제만을 완수하는 것은 구성원에게 세 끼 식사로 고기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회사의 모든 활동을 KPI(핵심성과지표)에 연동시키는 것은 활력을 충전시키기 위해 설탕만을 공급해주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런 회사는 초기에 반짝 성과를 거둘는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당뇨 증세나 동맥경화가 나타나 구성원들의 만성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하고 결국은 무너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회사들은 혈관이 막혀가고 있거나 당뇨병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
기력이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고단백을 섭취하거나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데 이런 활동이 바로 조직개발이라는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들이다. 하지만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단위 비타민제를 먹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약에 대한 내성만 길러줘 컨설팅 회사만 먹여 살리는 꼴이 된다.
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방법은 과일나무를 키워서 과수원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과일나무의 핵심 요소는 열매로서 과일, 과일을 맺게 하는 꽃, 꽃에 영양분을 제공해주는 줄기와 가지들 그리고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을 회사에 비유하면 과일은 재무적 성과를 대변하고, 풍성한 꽃은 고객에 대한 가치를, 건강한 줄기는 회사의 효과적인 운영을, 튼튼한 뿌리는 학습과 혁신을 대변한다. 각각을 스테이크홀더 입장에서 보면 재무적 성과는 주주의 이익을 말하고, 고객 가치는 고객의 이익을, 운영은 경영진을, 혁신과 학습은 종업원의 행복을 대변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라는 것은 회사에 종자돈을 대는 주주만 행복한 회사가 아니라 이 모든 스테이크홀더들이 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한 회사다. 이런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무적 성과를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재무적 성과가 따라오게 하는 가치의 선순환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풍성한 과일도 꽃이 피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꽃도 줄기가 튼튼하지 않으면 영양을 공급받을 수 없고, 영양은 결국 튼튼한 뿌리로부터 공급받는다. 재무적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뿌리이고 다음이 줄기, 그 다음이 꽃인 것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회사는 재무적 성과만을 거두기 위해 이런 장기적 안목을 생각하지 않는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뿌리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지 않고도 당장 꽃을 많이 피워 열매를 많이 맺게 할 것만을 고민한다. 뿌리가 튼튼하지 않은 회사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구가하는 회사의 논리에 더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의 문제다. 우리 회사가 토양의 영양분을 독점함에 의해서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현재 구조가 바로 이렇다.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의 영양분을 재벌들이 독점적으로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토양이 산성화되어간다면 다른 기업들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없다. 또한 이런 소수 기업이 시장의 강자로 등극하면서 독과점에 의해 시장이 무너지고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경제 구조가 취약해지고 장기적으로 나라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
[경제시평-윤정구] 우리 회사는 안녕하신가요?
입력 2014-07-09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