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이젠 극장 아닌 ‘안방’에서 한다

입력 2014-07-09 03:05

‘이 영화를 보려면 극장, 아니 ‘안방극장’으로 오세요.’

10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발광하는 현대사’는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첫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또 하나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안방극장으로 직행한다는 점이다.

‘돼지왕’의 연상호 감독이 제작하고 지난해 관객점유율 2위로 올라선 영화 투자·배급사 NEW가 배급하는 이 ‘굵직한’ 영화는 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직행했을까.

‘발광하는 현대사’ 개봉을 계기로 영화 2차 판권시장인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이를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을 짚어본다.

◇온라인 영화시장, 5년 새 3배 성장=인터넷TV(IPTV) 가입자 1000만 시대, 불경기가 ‘TV로 영화보기’를 부추겼다. 최근 극장 상영 영화 관람료가 슬그머니 올랐다. 주말엔 보통 1인당 만원이다. 그런데 TV의 ‘극장동시상영 서비스’도 1만원(올레TV 기준). 같은 가격이지만 4인 가족이 함께 본다면 극장보다 훨씬 저렴하다.

KT 올레TV 홍보팀 문지형 과장은 “극장에 갈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 자녀 때문에 극장 나들이기 쉽지 않은 맞벌이 부부 등이 집에서 영화보기를 즐긴다”며 “예전엔 주로 TV다시보기를 했던 소비자들이 점점 영화다시보기 쪽으로 옮겨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클라우드 DVD’서비스가 집에서 영화보기 개념을 바꿔놓았다. 예전엔 1회성으로 영화를 ‘소비’했다면 이제는 ‘소장’이 가능하다. TV로 다운받은 후 밖에서 휴대전화로 같은 영화를 이어보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IPTV 시장 급성장의 이유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부가시장의 전체 매출은 전년(2158억원) 대비 24% 증가한 2676억원. 5년 전인 2009년(888억원)에 비해 3배 늘었다.

영화 부가시장의 가장 큰 성장 뒷심은 IPTV와 케이블TV다. IPTV는 지난해 전체 부가시장의 64.9%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32.6% 늘어난 17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IPTV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올레TV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장 많이 본 영화는 ‘겨울왕국’ ‘변호인’ ‘수상한 그녀’ 순이었다.

◇부가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부러진 화살’ ‘피에타’ ‘변호인’ ‘7번방의 선물’ 등을 배급한 투자·배급사 NEW는 지난해 9월 부가시장을 전담하는 자회사 콘텐츠판다(이하 판다)를 설립했다. 부가판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판다에서는 NEW에서 수입·배급한 영화를 IPTV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킨다. 부가시장용 자체 콘텐츠도 개발한다. NEW와는 별도로 극장 개봉 없이 부가시장만 겨냥한 영화 등도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판다가 부가시장에 처음으로 서비스한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두 번째 작품이 ‘발광하는 현대사’다.

영화수입사 누리픽쳐스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부가시장 플랫폼에 150여편의 영화를 내보냈다. 올 하반기에는 중화권 스타 판빙빙이 주연으로 나선 ‘백발마녀전: 명월천국’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분노의 복수’ ‘무서운 영화 5’ 등을 새로 IPTV 등에 올릴 계획이다.

이제 영화 수입·배급업자들은 스크린 수에 한계가 있는 극장대신 ‘디지털 배급’으로 눈을 돌린다. 몇 년 전만해도 개봉 후 2∼3주는 극장에 걸렸지만, 요즘은 목·금요일 단 이틀만 걸리고 곧바로 사라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작품은 좋고 입소문은 났는데 정작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영화가 많은 것. 그렇다보니 아예 부가판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제작, 수입된다. 특히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쓸 수 없는 예술영화나 성인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수입·배급사들은 IPTV 등을 통해서만 개봉하지만 극장 개봉작과 같이 포스터·예고편 등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