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뗄 수 없는 화면… “신기하게 빨려드네”

입력 2014-07-09 02:04

아내는 TV를 좋아하지 않는다. TV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걸 못 마땅해 한다. TV를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다며 TV를 꺼버리기 일쑤다. 그런 사람에게 1박2일 동안 삼성전자 65인치 커브드(곡면) 초고화질(UHD) TV(제품명 UN65HU 9000F) 체험에 동참하라고 하니 좋은 반응이 나올 리가 없었다. TV를 처음 접했을 때도 “화면이 휘어 있네” 정도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체험은 시작됐다.

◇시선을 잡아끄는 곡면 UHD=국제가전제품박람회(IFA),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곡면 UHD TV는 여러 번 봤지만 오랜 시간 시청한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전시회에서는 TV의 외형을 중심으로 보게 된다. 제품은 많이 보지만 막상 TV를 시청할 기회는 없었다. 몰입감을 강조하는 홍보 문구를 식상할 정도로 많이 봤지만 왜 그토록 강조하는지는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UHD로 준비된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봤다. 배우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는 모공뿐만 아니라 피부 결까지 보일 정도로 화질이 생생했다. 앞으로 배우들이 피부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부담이 생긴 셈이다.

곡면이 평면보다 낫다고 아내와 의견이 일치한 건 영화를 본 지 30분쯤 지나서였다. 이미 본 영화임에도 둘 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화질이 좋아서인 줄 알았다. 분명히 그런 면도 있겠지만, 곡면이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TV를 켤 때부터 시선이 꽂히는 기분이었다. 곡면 TV는 사람 눈에서 화면 모든 부분까지 도달하는 거리가 같기 때문에 몰입감이 있다.

아내는 “평면 TV를 볼 때는 집중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지만 곡면은 집중이 잘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TV로 집에서 영화를 보면 극장보다 낫겠다”는 소감도 더했다. 특히 ‘트랜스포머’ 같이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 만족도가 극대화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UHD TV는 곡면으로 만드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운관 시절 볼록하게 휘어있던 화면이 LCD 시대로 접어들면서 평면이 되는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TV 화면은 인간 눈에 맞춰 오목하게 휘는 혁신의 시대를 맞이했다. 단순히 기술 과시를 위한 게 아니라 사용자 편익에 맞게 TV가 진화하는 것이다. 삼성 곡면 UHD TV는 3∼4m 거리에서 최적의 몰입감을 주는 4200R(반지름이 4200㎜인 원의 휜 정도)의 곡률을 적용했다.

하지만 곡면 TV는 보완할 점이 있다. 정자세로 앉아서 볼 때는 몰입감이 높지만 소파에 누워서 보면 화면이 휘어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보기에 다소 불편했다. 누워서 TV를 보는 자세는 가장 보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자세에서도 높은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스포츠엔 사커모드… 사운드바도 필수=마침 브라질월드컵이 열리는 기간이라 삼성 UHD TV의 특화기능인 ‘사커모드’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리모콘에 있는 축구공 모양 버튼을 누르면 사커모드가 활성화되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잔디색의 변화다.

사커모드를 켜면 실제 경기장처럼 화사한 녹색의 잔디가 눈앞에 펼쳐졌다. 색의 채도를 높여 색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방식이어서 왜곡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경기를 즐기기엔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 됐다. 사커모드를 껐을 때와의 차이는 확실히 났다. 축구뿐만 아니라 프로야구 경기를 볼 때도 사커모드를 켜면 생생한 화면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TV는 화면이 커지는 반면 디자인은 간소화되고 있다. 때문에 화질만큼 사운드는 강력하지 않다. 화면에 걸맞은 소리를 위해선 별도로 사운드바를 추가하는 게 좋다. 선명한 화질에 웅장한 소리까지 더해지니 TV 시청 경험이 완성된다는 기분이었다.

한참 TV를 보다가 아내가 대뜸 TV 가격을 물었다. 보통 직장인들은 큰 맘 먹고 사야 할 정도의 가격이라는 걸 알고는 꽤나 아쉬워했다. 결국 곡면 UHD TV 활성화는 가격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곡면과 평면 TV의 가격 차이는 20% 안팎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