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무리한 외환은행 합병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노사정합의서 1조에 의하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문제는 합의 시점(2012년)으로부터 5년이 경과된 뒤에야 협의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하나금융지주는 얼마 전 합병 논의를 피력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합의사항 위반이기에 금융위원회가 합의서 준수를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경영진 의견이 보도됐는데 그러한 것은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한 추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제가 알기로는 (사측이) 노조에 협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 측은 “협의를 요구해온 사실이 전혀 없고, (사측이) 대화할 용의도 없어 보인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이렇게 버젓이 합의서를 지키지 않겠다는 데는 금융위의 어정쩡한 태도가 한몫했다”며 최근 금융위의 외환카드 분사 예비승인을 문제 삼았다. 외환은행에서 카드 업무를 분리해 하나SK카드에 합병하려는 것이 두 은행의 합병을 위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카드 분사에 관련해서도 금융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합병까지 밀어붙이자고 한 것 아니냐”며 금융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도 밝혔듯이 금융위가 합의정신을 엄정하게 준수하도록 해야 할 동등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마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합병에 무게를 실으면서 김 회장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최근 하나금융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없자 조기통합 카드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로 총자산 규모는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6024억원에서 지난해 9339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하나·외환銀 조기통합 밀어붙이려다 머쓱해진 김정태 회장
입력 2014-07-08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