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율협약 돌입… 채권단·오너일가 경영권 줄다리기 예고

입력 2014-07-08 02:15
동부제철이 7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방식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동부제철은 당분간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경영권을 놓고 채권단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9개 채권은행이 동부제철 공동관리에 합의한다는 동의서를 모두 보내와 자율협약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동부제철 경영은 사실상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된다. 대신 동부제철은 주채권자들로부터 대출상환기간 연장이나 필요한 운영자금 추가 대출 등을 받을 수 있다.

채권단은 앞으로 3∼4개월간 동부제철에 대한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그대로 둘 것인가 여부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감자를 실시하고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감자 비율을 다르게 할 경우 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줄어들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지난해 STX그룹 해체 과정에서도 채권단은 차등감자를 실시해 강덕수 전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했다.

김 회장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오너 일가의 책임 분담 차원에서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요구하는 반면 김 회장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동부그룹 계열사 사외이사 중 절반은 관료와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그룹 15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38명 가운데 18명이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출신 등이다. 기재부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고 금감원, 공정위, 국세청,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이 2명씩이다. 감사원, 법원(판사), 법무부(검사), 상공부, 녹색성장위원회 출신도 1명씩 있다.

관료·권력기관 출신은 금융계열사에서 더 두드러졌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 10개 비금융 계열사는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8명(34.8%)이었지만 동부화재 등 5개 금융 계열사는 15명 가운데 10명(66.7%)에 달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