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학로·명동·홍대 앞 일대 20곳 운영실태 점검해보니… “못찾겠다 개방화장실”

입력 2014-07-08 02:01
서울 서교동 H빌딩 앞 민간개방화장실 표지판(붉은 원)은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고(왼쪽), 서울 명동 S호텔 화장실 문에는 이용을 제한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번화가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 서둘러 상점을 찾더라도 화장실 문이 닫혀 있기 일쑤다. 운 좋게 문이 열린 화장실을 찾더라도 휴지나 비누 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편안하고 쾌적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한 게 바로 ‘민간개방화장실’ 정책이다. 화장실을 개방할 경우 건물주 등에게 운영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2년이 됐다.

서울시 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서울’에 표기된 공공화장실 중 관공서를 제외한 대학로, 명동, 홍대입구 일대 민간개방화장실 20곳의 운영 실태를 지난 7일 전수조사한 결과 행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손에 꼽을 지경이었다.

◇운영되지 않는 개방화장실=민간에 개방되고 있어야 할 화장실 20곳 중 5곳은 아예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서울 명동의 D빌딩에서 화장실을 찾자 1층에 있던 경비원이 “화장실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인근 B빌딩 관리사무소 역시 “오늘은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사용을 거절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K예식홀을 찾으니 경비가 “개방화장실을 운영하다가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언제 취소됐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인근 K빌딩에서도 “화장실이 어디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건물에 민간개방화장실이 지정돼 있다는 걸 아는지 물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인근 S빌딩 개방화장실엔 변기, 세면대, 휴지 모두 갖춰져 있었지만 운영시간이 오전 8시∼오후 9시 사이로 제한돼 있었다.

민간개방화장실로 지정돼도 지자체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며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런 경우 지정 취소를 하는데 ‘모바일 서울’의 업데이트가 늦어 계속 개방화장실로 안내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꽁꽁 숨겨진 안내 표지판=조사 대상 20곳 중 13곳엔 안내 표지가 없었다. 개방화장실 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은 7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 서교동의 한 개방화장실의 경우 거리에 조그맣게 개방화장실 표시판이 있지만 가로수에 가리거나 너무 높아 행인이 알아보기 어렵게 돼 있다.

서교동 H빌딩 개방화장실에는 변기, 세면대, 휴지 모두 갖춰졌고 건물 외부에 표지가 있으나 음식물 쓰레기통 등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 유문기(50)씨는 “개방화장실에 예산이 지원되는 줄 몰랐다”며 “이곳처럼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동네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몇년 전 없어진 곳도 그대로=서울시 모바일 홈페이지에 표시된 개방화장실 건물명이 실제와 다른 경우도 여럿 있었다. 명동 C빌딩, 대학로 I아트홀, 대학로 M프로젝트 개방화장실은 건물명이 각각 S호텔, H아트홀, C영화관으로 바뀌어 있었다. 명동의 한 건물은 건물명이 아니라 건물주 이름이 표시돼 있었다. 명동 M카페의 화장실에 찾아갔지만 건물 경비원은 “M카페가 문 닫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은행이 들어서 이제 개방화장실은 없었다.

이렇다보니 민간개방화장실을 이용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현재 시민들이 공공화장실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모바일 서울’의 ‘내 주변정보’ 코너다. 하지만 건물명 같은 기본적인 정보부터 틀린 채 방치돼 있어 제대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리스트를 업데이트해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민간개방화장실 운영 건물주에게 월 6∼10만원의 물품 혹은 현금을 지원한다. 올 상반기에만 25개 자치구에 2억831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12년 890곳이던 민간개방화장실은 올해 777개로 감소했다.

글·사진=전수민 이종선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