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 전형적 ‘강온 전술’로 南 떠보기?

입력 2014-07-08 03:18
북한이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오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응원단 파견에 대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 단합의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인 '공화국 정부 성명' 형식까지 빌려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유화적 제스처는 북한의 전형적인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 4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동해 원산 앞바다에서 도서상륙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우리 군의 스파이크 미사일 기지를 무자비하게 타격하는 것도 포함시켰다.

북한은 선수단 파견을 처음 발표할 때도 이중적 행태를 드러냈다. 북한은 5월 22일 연평도 근해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 해군 함정 인근에 2발의 포격을 가했다. 그러고는 이튿날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 파견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6개월 만에 개최돼 회의가 종료될 시각 동해상에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쐈다. 같은 달 29일엔 동해상에서 스커드 미사일 2발을 발사하더니 30일 뜬금없이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특별제안'을 던졌다.

'도발과 대화' 두 카드를 번갈아 내놓는 일련의 모습은 북한이 과거에도 자주 쓴 강온 양면의 혼란 야기 전술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김정일 시대에 비해 도발과 대화를 오가는 호흡이 짧아 우리 정부가 대응에 진땀을 빼고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정부 성명'을 발표하자 우리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북한이 정부 성명을 발표한 사례는 1993년, 2003년 두 차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과 1999년 대일(對日) 입장 발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전보다 성명의 격(格)을 높였을 뿐 내용을 보면 기존 주장의 되풀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언뜻 유화 공세를 보이지만 그동안 단거리 발사체와 미사일을 쏘는 등 평화와 위협이라는 두 가지 시그널을 동시에 주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도 응원단 파견은 수용하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한 부분은 반박하는 쪽으로 '분리 대응' 기조로 방향을 잡았다. 아울러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진전 등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한·중 정상회담으로 더욱 강화된 대북 압박에 맞대응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대북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달 8·15광복절과 교황 방문, 9월에는 추석(8일)과 아시안게임(19일) 등 호재가 연이어 있는데 그 사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끼어 있다"며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여론을 업고 우리 정부를 시험하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