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후 ‘최대 위기’ 동국제강… 남윤영 사장의 각오

입력 2014-07-08 02:30
7일 충남 당진의 동국제강 제3후판공장에서 만난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의 설명엔 위기의식과 각오, 기대감이 교차했다.

“중국과 일본이 국내 철강시장을 무차별 공략해오고 있습니다. 고급·특수강 위주의 후판 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보통강 위주 생산으론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선박과 건설 등에 쓰인다. 후판 전문 생산시설인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회사에 가장 중요한 생명줄이다.

남 사장은 이곳에서 창립 6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급강재 전문기업인 스웨덴 사브나 독일 딜링거는 아무리 불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기로 유명하다”며 “동국제강도 그런 회사로 끌고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954년 국내 최초 민간 철강회사로 설립된 동국제강은 이날 환갑을 맞았지만 요란하게 잔치를 벌일 수 없는 처지다. 지난 수년간 업황 침체와 맞물려 적자의 늪에 빠진 데다 최근에는 주가 급락으로 돈줄까지 말랐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고 지난달 20일엔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력 상품인 후판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후판 가격은 떨어졌는데 원료인 슬래브는 가격이 올라 후판을 팔고도 남는 게 별로 없다.

공격적인 투자로 재무 건전성도 나빠졌다. 동국제강이 당진공장 건설에 9300억원, 브라질 고로 제철소 합작투자에 7500억원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주요 고객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후판 조달처를 현대제철로 옮겼다.

동국제강의 후판 생산량은 2010년 363만t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 지난해 186만t까지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후판 매출액은 56% 줄었다. 후판 부문에서만 2012년 1847억원, 지난해 64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게다가 지난 4월 유상증자 결정 후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증자 예상 규모가 600억원 이상 줄었다. 유상증자 자금으로 오는 9월 만기를 맞는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회사는 당진공장과 브라질 현지 제철소를 연계한 후판 고급화 전략으로 출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남 사장은 “투자를 극대화할 땐 재무 상황이 일시적으로 나빠지고 부채 비율도 늘어난다”며 “설비가 전면 가동되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원가구조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브라질 제철소에서 슬래브를 직접 만들어 국내로 조달하면 원가가 상당히 절감된다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가 가동을 시작하는 2016년부터 현지 생산 제품의 70∼80%를 고급강재로 들여올 예정이다.

당진=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