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금융위원장 “LTV·DTI 합리적 조정 검토”

입력 2014-07-08 02:31
금융 당국이 7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합리적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밝힌 입장과 빼닮았다. 그간 가계부채의 급증세를 관리하기 위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것에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여권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며 환영 입장을 보인 반면, 야권에서는 최 후보자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맞서 앞으로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 LTV·DTI의 규제완화 여부를 묻는 정무위원들에게 “가계부채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비율과 가격의 변화가 많았으니 전반적으로 한번 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금융정책의 목표에는 금융 안정도 있지만 실물경제 지원도 있다”며 “(LTV·DTI를) 꼭 주택정책으로 못 박을 게 아니라 거시정책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부 정무위원은 금융 당국 수장들의 태도가 ‘전향’됐다고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융위원장은 지난 정무위에서 (LTV·DTI가) 가계부채의 경제안정 금융정책이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은 몰라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며 “지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다르고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의 입장이 다르다”고 따져 물었다. 신 위원장은 “완화가 아닌 합리화”라며 “지난 2월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합리적 조정을 밝힌 바 있다”고 강하게 맞섰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LTV·DTI의 규제완화 기류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은 “가계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할 때마다 쥐어짜는 행주 같다. 하지만 이제는 말라서 아무리 짜도 나올 게 없다”며 “빚 내라고 부추길 때가 아니라 내실을 키울 때”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 주택 가격이 13.9% 올랐다”며 “세계 각국의 집값 하락세에 비춰보면 우리나라 서민들은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라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규제 완화를 시사한 최 후보자를 겨냥해 “정권 실세가 경제정책을 제대로 모르면 금융 당국이 똑바로 잡아주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LTV·DTI는) 중요한 정책수단으로서 잘 관리해야 하지만 손도 못 대는 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물경제를 풀려면 부동산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지 잘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정책적 가치를 탄력적으로 보자는 쪽이 있고, 완화하다 보면 가계부채가 높아진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금융 당국도 고민이 될 것”이라며 “부채의 총량적 관리뿐 아니라 소득계층별, 풍선효과 등 미시적인 측면도 정교하게 함께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