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소설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일본 소설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경북 청송군에서 열린 한·중 작가회의에서 만난 중국의 평론가 린젠파(林建法)는 중국 내 한국 소설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중국에서 한류((韓流)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한국 소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내 유명 소설가들에게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의뢰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한 중진 작가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현지에서 인기를 끈 뒤 최근 중국 방송사로부터 드라마를 써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엔 국내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 작가들의 작품이 중국의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전자책 전문기업 바로북은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텐센트(Tencent)와 이른바 ‘한류 소설’의 중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텐센트가 운영하는 전자책 거래 사이트와 모바일 전용앱 등을 통해 한류소설을 선보이게 됐다.
바로북의 이기수 전략기획실장은 “드라마와 K-Pop으로 시작된 중국 내 한류바람은 스토리텔링의 원천소스인 장르소설 중심의 한국문학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산됐다”면서 “텐센트와 1년여의 협상 끝에 사업모델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개된 작품들은 중국 내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와 유사한 장르인 로맨스 소설들이다. 국내 대표적인 로맨스작가 작품인 박윤후의 ‘뉴욕애’, 이지환의 ‘김치만두 다섯 개’ 등 총 11종이다.
텐센트는 이들 작품을 아예 ‘한국 로맨스 소설 모음’으로 홍보하면서 ‘이번 여름, 당신의 키다리 오빠를 만나러 가세요’란 배너를 달았다. 텐센트 측은 “키다리 오빠란 이민호, 김수현 등 한류스타를 일컫는 중국 내 신조어로 열혈 여성 독자를 겨냥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문학계에선 지난 3월 중국 내 권력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공식 석상에서 ‘중국은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나’라고 언급한 뒤 이 같은 현상은 더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최고지도자부터 일반인들까지 중국보다 한국이 콘텐츠 제작 능력에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중국신문출판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자책 육성 정책을 통해 올해에만 30억 위안(약 51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한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중국 전자책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2년 31억 위안에서 지난해 60억 위안으로 배 늘었다. 올해는 100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소설은 원소스 멀티유스가 되는 콘텐츠”라며 “중국 시장에 안착하면 향후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상품 개발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기획] 韓 로맨스 소설에 中대륙 ‘두근두근’
입력 2014-07-08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