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음대 강사가 사립대 교수·강사 채용을 미끼로 4년간 30여명으로부터 60억원대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 자리는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1인당 수억원, 사립대 부설 음악교육원 강사의 경우 피아노 구입비 명목 등으로 2000만원 안팎이 오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송규종)는 사기 등 혐의로 한국여약사회 부회장 정모(72·여)씨를 구속 기소하고, 음대 강사 출신 임모(53·여)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임씨는 채용 브로커 노릇을 하다 이미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씨는 2012년 2월 A씨(73·여)에게 “서울 S대 재단 재무이사인데 학교발전기금을 내면 딸을 바이올린 전임강사로 뽑아주겠다”고 속여 4억원을 송금받는 등 교수 채용 대가로 3명에게서 모두 1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임씨가 정씨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사립대 2곳에서 강사로 일했던 임씨는 음악 경영 관련 책을 출간하고 유명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음악계에 폭넓은 인맥을 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음대 교수·강사 희망자들 사이에서는 “임 교수님을 통해야 채용이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한다.
임씨는 S대 제자 등 2명에게 교수로 채용시켜주겠다며 7억2000만원을 뜯어냈다가 지난해 2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후 비슷한 명목으로 25명에게서 5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씨는 2008년 다른 강사에게 속아 S대 전임강사 채용 대가로 모두 5억원을 뜯긴 전력도 있다. 그 이듬해부터 본인이 채용 브로커로 변신했다. 그는 교수직 희망자들에게 해당 학교의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발전기금 명목으로 1인당 8000만원부터 9억원까지 받아냈다. 대학이 운영하는 교육원 강사 자리의 경우에는 “강사를 하려면 개인 피아노가 있어야 한다”며 피아노 구입비로 통상 2000만원씩 챙겼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교수 채용’ 미끼 60억 챙긴 전직 음대 강사
입력 2014-07-08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