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과 새 출발에 걸림돌” 세 딸 버리고 도망친 엄마

입력 2014-07-08 02:04

지난 3월 23일 오후 7시쯤 전북 전주시 삼천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자매로 보이는 세 아이가 손을 꼭 잡은 채 서 있었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이들의 옆에는 보따리 3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곧 온다던 엄마가 3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소리에 집 밖에 나온 2층 할머니는 이 아이들이 증손녀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들은 할머니의 손자 박모(27)씨의 여덟 살, 네 살, 두 살배기 딸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은 “엄마랑 아저씨가 곧 돌아온다고 동생들과 기다리라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평소 왕래가 뜸한 손자 박씨에게 연락했다. 박씨는 나흘 전 고모(27)씨와 이혼했다는 얘기를 했다. 아이들은 고씨가 키우겠다며 데려갔다는 것이다. 박씨와 고씨는 19세에 만나 결혼했지만 박씨가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하자 결국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는 아이들을 맡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 세 딸은 결국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

경찰은 ‘아저씨’의 이름을 기억한 큰딸의 얘기를 바탕으로 4개월간의 추적 끝에 고씨와 동거남 김모(27)씨가 광주 신창동에 사는 것을 찾아냈다. 고씨는 휴대전화가 일시 정지돼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고씨는 경찰에서 “전 남편이 직장도 없고 생활이 어려워 갈라섰다. 지금 남자와 새롭게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걸림돌이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아이들을 시할머니집에 데려다줬다”고 진술했다. 동거남 김씨는 당시 아이들의 옷보따리를 아파트 앞에 옮겨다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완산경찰서는 7일 고씨를 아동복지법(유기) 위반 혐의로, 김씨를 방조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