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美에 기밀유출 이중스파이 조사”

입력 2014-07-08 03:37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했다는 의혹에 이어 독일 정보기관 요원이 미국의 이중스파이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관의 이중스파이로 활동한 독일인에 대한 조사를 이미 시작했으며 보도가 맞는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도 몽골에서 "정치적으로도 이번 사안은 일상적인 일로 넘길 수 없다"며 "미국이 이번 의혹을 규명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는 독일 주재 미 외교관의 추방 요구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독일 검찰은 2년간 무려 218건의 기밀문서를 미국에 넘긴 혐의로 독일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는 31세 남성을 지난 2일 체포했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활동했으며 그 대가로 2만5000유로(약 3400만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에게 검찰에 출석, 조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0월 NSA가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감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양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메르켈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로 신뢰에 일정 부분 금이 가게 됐다.

한편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이 자국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제재 조치를 위반했다며 89억 달러(약 9조77억원)에 달하는 벌금폭탄을 부과한 것과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유럽인끼리 거래할 때 달러를 이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달러 패권'을 문제 삼았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