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위 높이는 北 평화공세에 대비 소홀함 없어야

입력 2014-07-08 02:50
동북아 지역에서 강대국 간 연대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북한의 움직임이 새삼 주목된다. 북한은 7일 이른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대남 평화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지난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첫 공식 반응인 셈이다.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것과 남북관계 개선 및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응원단에 대해선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북정책 전환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북한 해빙이 시기상조임을 보여준다.

‘공화국 정부 성명’은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입장 발표다. 그동안 국제사회나 일본을 향해 10차례 정도 이 성명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대남 문제와 관련해서는 처음이다. 북한 당국으로선 그만큼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지금까지의 대남 화해 제스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일종의 대내외 선전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과거처럼 ‘미녀 응원단’이라도 보낼 경우 일시적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등 세 차례 체육행사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우리 정부가 응원단을 수용키로 한 것은 국내외 시선이나 대북 전략을 감안해볼 때 잘한 결정이다. 문제는 그것이 화해·협력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성명은 외견상 평화를 얘기하지만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대남공세일 뿐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압박을 가했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핵 개발에 대해 ‘외세의 침략 야망을 억제하고 민족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담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북한이 화해·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더러 동족대결 정책을 바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대남정책에서 화전(和戰) 양면전략을 단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 중에도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했었다. 최근에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경했다. 아시안게임을 전후한 북의 군사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다만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 남북관계가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북핵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한 이상 새로운 모색을 할 때라는 것이다. 북한 성명을 계기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회담이 열리면 북핵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이 각축하는데 남북이 마냥 등 돌리고 있는 모습은 흡사 19세기 말 조선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