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26) 티셔츠, 감각파의 필수품

입력 2014-07-08 02:15
톰보이 제공

유행에 한창 눈이 멀었던 10대 고교시절, 티셔츠에 대한 나의 관심은 별 볼일 없었다. 곰곰이 반추하니 나이를 먹을수록 티셔츠를 바라보는 시선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름과 살집이 늘어날수록 ‘젊음’을 붙잡고 싶은 욕구가 커짐에 따라 티셔츠에 얹히는 시선이 각별하다. 아줌마는 블라우스보다 티셔츠와 친하고 싶은 모양이다.

티셔츠가 대중화된 시기는 2차 대전 후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 말론 브란도가 입고 나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구릿빛 피부 위에서 흰 티셔츠는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이후 반세기가 지났어도 티셔츠의 인기는 여전하다.

티셔츠는 편안함의 표본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성을 대변하는 남녀노소의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티셔츠의 기특함은 지구온난화 방지, 국제 어린이 후원, 가정폭력 근절 등 공익성 캠페인과 기금 마련에 활용될 수 있는 최적의 옷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걸어다니는 광고인 셈.

디자인 시대에 걸맞게 티셔츠도 유행과 손잡고 감성으로 중무장하는 가운데 하이패션 브랜드들까지 티셔츠 제조에 가세하여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어 티셔츠는 그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품게 되었다.

지금 옷장 속 선반은 티셔츠들로 만원을 이룬다. 흰색은 착하고 밤색은 매력 있고 초록은 산뜻하고 검은색은 카리스마 있고 분홍색은 곱고 베이지색은 이지적이고 회색은 도회적이다. 티셔츠 안에서 나는 형형색색의 기분을 맛본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