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초고속 인터넷, K팝 등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건강보험 제도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부러워한다. 미국에서 장기체류 경험이 있는 유학생이나 교민들의 경우 엄청나게 비싼 보험료와 진료비에 놀라게 되고, 적은 비용으로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고마움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고마움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다. 이 때문에 외국의 많은 국가에서도 제도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그 경험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이렇게 인정받는 제도임에도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유지를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는 보험료 부과 기준이다. 전 국민이 하나로 통합된 지 14년이 되었지만 건강보험 사업의 가장 큰 재원이 되는 보험료는 부과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특히 실직 또는 퇴직했을 경우 보험료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 부과의 불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직자, 은퇴자들에게 건강보험료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화요금과 같이 사용료를 부담하는 것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혜택은 동일하지만 소득, 재산 보유 정도에 따라 차등하여 부담하므로 무엇보다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가 요구된다. 건강보험 민원의 80%가 보험료 관련 민원이라고 한다. 아울러 전 국민의 40%에 달하는 2000만명은 피부양자로 분류되어 보험료를 한푼도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부담 능력이 있지만 제도의 허점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히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할 사항들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 방식으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대만 등 주요 국가들도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부과 대상 소득도 근로소득에서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득 이외에 유동성이 낮은 재산, 자동차, 전월세 보증금 등에 보험료를 매기고 있다. 이는 1988년 농어촌 지역의료보험 도입 당시 낮은 소득파악률을 보완하기 위해 부의 척도가 되는 재산, 자동차에 대해 부과한 데서 비롯됐다. 소득이나 생활수준은 엇비슷한데 근로자일 때와 자영업자일 때의 부과 기준 차이로 보험료가 극심하게 변동하게 되어 불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당시와 지금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크게 변했다. 30여년이 지난 현재의 틀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본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정책이 발표되면서 또 한번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과의 불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의 소득 기준에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일용근로소득, 양도, 퇴직, 상속, 증여 등 다른 소득들을 추가해 검토한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보험료 부과 방안과 개편의 필요성 등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이목과 관심을 끄는 사회적 공론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잇따르고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는 현실에서 건강보험이 사회적 안정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제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래된 제도 변경은 소득, 재산 보유 정도에 따른 이해당사자 간 유불리로 사회적 합의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국가 대열에 올라 있고, 소득과 경제 수준을 생각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들의 의식과 사회적 통합 능력은 성숙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유수현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기고-유수현]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해야
입력 2014-07-0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