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도적 역할… ‘6자회담 재개’ 판 만든다

입력 2014-07-07 03:44
한국과 중국이 지난 3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 쪽으로 진전된 것은 단순히 중국의 압박에 끌려간 때문은 아니고 우리 정부의 '주도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6일 "이번 문구는 '재개'를 명시해두고 이를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회담 재개 문제가 어느 때보다 명시화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때의 공동성명과 비교해서도 진전된 입장이다. 당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긍정적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두루뭉술한 언급에 그쳤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북한의 핵 활동 검증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중단됐다. 그러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일단 만나야 실마리가 풀린다'며 6자회담 조기 개최를 요구해 왔고, 우리와 미국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재개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재개' 쪽에 무게를 싣게 된 것은 향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재개 조건'을 적극 중재해 회담 재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6자회담이 공전될수록 북한의 핵 능력만 점점 고도화돼 우리로선 잃는 게 더 많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북·일 및 북·러 간 밀착으로 인해 대북 제재의 실효성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정부 관계자도 "외교부 측의 당사국 접촉이나 한·중 정상회담 문구도 '조건만 맞으면 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회담 재개를 더 적극적으로 도출하려 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머지않아 '조건' 협상을 위한 접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회담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다만 회담 시점에 대해 북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도출할 가능성이 높을 때 하자는 입장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덜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만족할 만한 재개 조건이 제시되고 북한이 성의를 보일 경우에나 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변에선 6자회담을 통한 다자대화뿐 아니라 남북 간 직접대화에도 나서라는 주문이 많다. 다들 자국 이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당사자인 남북문제를 마냥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실현에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 때 북한 선수단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 분위기에 적극 나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8·15광복절과 추석(9월 8일)을 앞두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선(先)대화 제안 필요성도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