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의 ‘절규’가 한국에 왔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월 12일까지 열리는 ‘뭉크-영혼의 시’ 전시에 출품됐다. ‘절규’는 공포에 질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정면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는 인물을 그린 뭉크의 대표작이다. 그런데 교과서에 나오는 템페라 작품이 아니라 석판화 버전이다.
뭉크는 생전에 유화, 템페라, 크레용, 파스텔 등 여러 가지 버전의 ‘절규’를 제작했다. “나는 두 친구와 함께 오솔길을 걷고 있다. 해가 지면서 하늘이 갑자기 붉게 물들었다. 잠시 멈추고,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펜스에 기댄다. 피오르와 도시 너머로 불타는 혀와 피가 보인다.” 뭉크가 ‘절규’ 시리즈를 제작하게 된 과정을 담은 시다.
‘절규’의 석판화 버전은 2006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8년 만에 해외 나들이를 했다. 뭉크의 국내 첫 회고전으로 ‘마돈나’ ‘생의 춤’ ‘별이 빛나는 밤’ 등 유화와 판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99점을 선보인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입구에 검색대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관람객들의 소지품 중 칼 등 작품을 훼손시킬 수 있는 것이 나오면 입장이 제지된다.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검색대가 공공미술관에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기에 검색대까지 설치했을까. 노르웨이 뭉크미술관 측은 “‘절규’ 템페라 버전 등 컬러 작품은 잇따른 도난사건으로 해외 반출이 전혀 안 된다”며 “1895년 석판화로 제작된 흑백 작품이 대신 왔지만 이것도 도난 또는 훼손 염려 때문에 부득이 검색대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절규’ 시리즈 가운데 잘 알려진 것은 네 가지다. 1895년작 파스텔 버전은 2012년 미국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1억1990만 달러(약 1355억원)에 낙찰돼 당시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가장 유명한 1893년작 템페라 버전은 노르웨이국립미술관에, 1910년작 템페라 버전과 1893년작 크레용 버전은 뭉크미술관에 각각 소장돼 있다. 템페라 버전 두 가지는 1994년과 2004년에 도난당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되찾았다.
작품을 여러 차례 도난당하다 보니 보안에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유화도 아닌 판화 버전을 전시하면서 검색대까지 설치한 것은 과잉보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주말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미술관에서 검색을 당하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뭔가 의심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입장료도 일반 1만5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줌인! 문화] 전시장에 웬 검색대?
입력 2014-07-08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