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남경주(50)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못하는 게 없다. 1986년 서울예술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후 30년 가까이 뮤지컬 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다. 숱한 무대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8일부터 8월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리허설에 한창인 그를 지난 2일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1996년 ‘브로드웨이 42번가’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 뒤 2008년과 지난해에 이어 4번째 공연을 하지만 땀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배우라면 한 번쯤 서 보고 싶은 무대죠. 여러 시즌 동안 무대에 올랐으나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과 싸우는 게 숙제입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한 소녀의 도전과 희망을 그린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남경주는 이번에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을 맡았다. 국내 초연 당시 안무가 앤디 역으로 시작한 그는 “유인촌과 송영창 선배가 맡은 역할을 보면서 나도 나이를 먹으면 마쉬 역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세월이 참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신선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지 않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그를 이 무대에 계속해서 오르게 했을까. “탭댄스의 화려한 군무, 남녀 주인공들의 앙상블,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인 음악,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루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죠.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고전이라고나 할까요.”
그는 “고전은 어느 시대에 가져다 놓아도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용 스팟 영상에서 남경주는 ‘대한민국 1세대 탭댄서’답게 에너지 넘치는 춤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가 맡은 마쉬 역은 탭댄스를 추는 장면이 없다. 그는 “조금 아쉬움은 있지만 커튼콜에서 잠깐 보여줄 수도 있으니 꼭 보러오라”고 권유했다.
이제 뮤지컬계를 이끌어가는 중견배우로서 뮤지컬의 대중화와 산업화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까. “관람객들이 늘어나고 대중화하는 건 좋은 현상이죠. 하지만 양적으로만 팽창하고 질적으로는 퇴보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진짜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진심이 묻어나는 무대, 숙성되고 정제된 무대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뮤지컬 열풍이 금세 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는 팬클럽의 극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저는 팬클럽을 일찌감치 해체했어요. 배우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만큼 팬들이 많으면 좋기는 하죠. 하지만 팬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공연을 봐주고 연기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너무 열광한 나머지 분위기와 장면에 어울리지 않게 객석에서 난리를 치면 곤란해요. 팬클럽의 이벤트성 객석 행사는 지양돼야 합니다.”
무대에 서는 와중에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러나 남경주는 뮤지컬만을 고집했다. “대학 때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에 단역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뮤지컬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도 정말 좋은 뮤지컬 영화를 찍는다면 출연하고는 싶어요. 음악적인 감각이 있고 삶을 관조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좋겠고요.” 그는 세월이 흐를수록 가라앉지 않고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즌4 뮤지컬 배우 남경주 “더위 날리는 신나는 탭댄스 보러 오세요”
입력 2014-07-08 02:09 수정 2014-07-08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