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롯데그룹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가 제2롯데월드 공사의 영향인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공사의 영향이 '개연성 수준에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안전에는 위험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입수한 당시 전문가들의 자문의견서는 석촌호수 수위 저하가 제2롯데월드 때문일 것이란 여러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석촌호수 주변의 지질적 특성을 분석한 대목은 수위 저하의 원인을 밝혀낼 중요한 단서로 풀이된다.
◇제2롯데월드 굴착공사 후 급격히 수위 낮아져=자문의견서는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한 시점과 제2롯데월드 굴착 시기가 맞아떨어진다고 봤다. 석촌호수 수위는 2011년 7월 측정 땐 변화가 없다가 2012년 6월 정상수위보다 0.5m, 지난해 11월 0.7m 낮아졌다. 2011년 11월 1차 굴착공사, 2012년 8월 2차 굴착공사가 마무리된 시점과 맞물려 수위 저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의견서는 제2롯데월드 굴착공사 전에는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자연증발’ 현상이라는 롯데 측 입장도 반박했다. 환경영향평가서상 석촌호수 증발 속도는 월평균 약 10㎝인데 면적 21만7850㎡의 호수가 자연증발로 0.7m 낮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제2롯데월드 공사 외에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의견서의 결론이다. 자문단은 잠실길 지하차도, 지하철 2·8호선 잠실역 하수도 배출량, 지하철 9호선 굴착공사 등의 영향도 검토했지만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의견서는 ‘석촌호수 남측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굴착공사, 잠실길 지하차도나 잠실역 하수도배출량의 변화 역시 석촌호수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자문단은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의 물막이 작업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롯데 측은 공사 때 ‘슬러리 월’이라 불리는 시멘트를 부어 시공했지만 의견서는 슬러리 월 밑부분과 기반암 사이에 틈이 벌어져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롯데 측은 “슬러리 월 외에도 물막이용 강판인 시트파일을 설치한 만큼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토목 분야 교수는 “시트파일을 설치했다 해도 연암파쇄대까지 굴착해 내려갈 경우 시트파일이 기반암에 비스듬히 설치되거나 흐르는 지하수 때문에 제대로 지지되지 않고 떠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정확히 알아내려면 석촌호수 바닥과 주변 지역 시추조사 등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송파구청이 이를 위해 발주한 ‘석촌호수 수질·수위개선 및 명소화 기본계획 연구용역’ 입찰은 최근 지원단체가 한 곳밖에 없어 유찰됐다. 송파구청은 2차 입찰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석촌호수 명소화를 위한 용역인 데다 롯데 측이 지정하는 업체도 함께 참여토록 돼 있어 정확한 안전진단을 내리기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잇따른 지반 침하, 주민 불안 커져=지난 4일 오후 송파구 방이동 방이시장과 방산초등학교가 이어지는 도로에서도 땅이 푹 꺼져 구멍이 나면서 주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이동 먹자골목 이면도로에 싱크홀이 생긴 지 1주일 만에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인근 가게 주인 한모(35)씨는 “지나가던 시민이 오후 4시30분쯤 들어와서 ‘땅이 푹 꺼졌다’고 해 나가보니 땅속이 완전히 비어 있더라”며 “흙이 다 쓸려간 채였다.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방산고 1학년에 김모(16)군은 “점심때쯤 학교 근처에서 땅이 꺼진 걸 봤다. 땅속이 비어 있었다”며 “최근 이런 일이 잇따라 생겨서 어른들이 불안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현장을 지나던 강모(48·여)씨는 “싱크홀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는 제2롯데월드에서 꽤 떨어져 있는데도 이런 일이 생겨 더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백상진 윤성민 기자 sharky@kmib.co.kr
[단독] 높아지는 제2롯데월드 높아가는 불안감… “롯데 굴착공사-호수 수위 낮아진 시기 거의 일치”
입력 2014-07-07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