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같이 생겼다. 의자라 설명해 앉았더니 생긴 대로 뱅글 뱅글 돈다. 이름은 ‘스펀 체어’. 만든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더 놀랍다.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영국의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이 만들었다. 그는 영국 런던의 명물인 빨간색 2층 버스를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성화를 디자인한 이도 그다. 이 의자는 6만2692㎡, 연면적 8만6574㎡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딘가에 숨어 있다.
스펀 체어 뿐만이 아니다. DDP는 지난 1일부터 ‘세상이 만든 가구, 세상을 만든 가구’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30개국 가구 디자이너 112명의 작품 1869점을 DDP 구석구석에 배치했다. 관람객은 작품에 앉아보거나 만져 볼 수도 있다.
전시작 중 서양의 디자이너가 출품한 618점의 가구를 디렉팅한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관장은 “가구는 인간의 몸이 기억해야 한다”는 말로 전시의 취지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전시 컨셉을 쉽게 표현하자면 ‘보물찾기’다. DDP를 방문했다 잠시 쉬기 위해 앉은 벤치, 아이들이 장난감이라 올라탄 말 모양 의자가 어쩌면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만든 의자일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핀란드 산업 디자이너로 ‘디자인계 거장’이라 불리는 이에로 아르니오의 작품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규정한 의자의 형태를 넘어 혁신적이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의자들을 내놨었다. DDP에선 조랑말 모양의 의자 ‘포니’와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의 경주용 자동차를 본 따 만든 ‘포뮬러 체어’ 등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소니사 ‘워크맨’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의 ‘Bd 러브 벤치’는 유연한 곡선을 뽐낸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마크 뉴슨의 ‘펠트 체어’는 미래적 디자인과 섬유 유리 소재의 매끄러운 질감이 독특하다.
DDP를 설계한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네 개의 개별적 오브제를 한 자리에 모으면 새로운 형태의 오브제가 되는 ‘넥톤 스툴’을 선보였다.
동양 출신 디자이너가 내놓은 1251점은 나라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거나 전통재료를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일본 디자이너 히로키 다카다의 ‘티 세레모니 체어’는 일본의 다도 도구에서 디자인을 착안했다. 태국 디자이너 파타라폴 찬트캄와 수완 콩쿠티안은 파인애플 섬유질로 만든 종이로 각각 ‘너트 벤치’와 ‘바코 체어’를 만들었다.
‘보물찾기’를 쉽게 할 수 있는 힌트를 주자면 공간의 특성과 가구의 역할을 연결해 배치했다는 것이다. 배움터 4층 디자인 놀이터엔 아르니오의 ‘포니’, 루이스 캠벨의 ‘시소’ 등이 있다. 간송미술전이 열리는 전시장 입구엔 한국화 수묵 농담의 깊이와 멋을 시멘트라는 재료로 재해석한 한국 디자이너 김정섭의 ‘이머전스 스툴’이 있다.
관람객 최경주(46·여)씨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줄 모르고 봤는데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앉는다는 현실적 기능을 떠나 디자인이라는 창조적 가치까지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전시는 기한이 없이 진행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세계적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에 한번 앉아보세요”
입력 2014-07-08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