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6월 유가는 이라크 내전 등으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 협상이 결렬될 경우 유가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내전에 이란 핵 협상까지 겹치면서 국제원유시장은 또다시 불안한 중동 정세의 볼모가 됐다.
◇고공비행 유가…중동정세의 볼모된 원유시장=두바이유는 6월 30일 배럴당 109달러로 전월 말 대비 2.4% 올랐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ISIS)의 공격으로 이라크 상황이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한때 111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브렌트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6월말에 각각 112.36달러(+2.7%), 105.37달러(+2.6%)로 상승 마감했다.
이라크 내전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의 세 갈래로 분할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라크의 앞날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 생산국이며 세계 3위의 원유 매장국인 이라크의 원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P 등 외국 석유회사들은 비필수인력을 중동에서 철수시켰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나머지 인력도 철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이라크 원유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가 감소해 장기 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다행히 이라크 원유는 대부분 ISIS의 영향권 밖인 남부 시아파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부 쿠르드자치 지역의 생산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쿠르드 지역은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갈등으로 그동안 원유 생산이 부진했으나 최근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를 틈타 쿠르드자치정부가 생산 및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출 역시 남부 바스라(Basrah) 터미널을 통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6월 중 바스라 등 남부 터미널을 통한 수출 물량은 하루 253만 배럴에 달했고 7월에는 270만 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망했다.
하지만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라크 생산(5월 중 하루 330만 배럴)마저 완전 중단될 경우 유가는 사상 최고인 14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ISIS가 남부지역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낮고 대규모 공급차질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유가는 상황이 변화되기 전까지는 현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의 실제 공급차질 발생 여부에 따라 이라크 내전의 유가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석유 수출항 통제권을 되찾은 리비아 정부가 “석유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은 유가 하락의 요인이다. 압둘라 알타니 리비아 임시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석유수출항인 라스 라누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라스 라누프와 시드라 등 2개 수출항을 되찾았다”며 “석유 위기 종료를 공식 선언한다”고 말했다. 라스 라누프와 시드라 항구는 하루 55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다. 리비아 석유 수출량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란 핵 협상 최종 타결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 P5+1(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은 지난해 11월 제네바 잠정 합의에 따라 지난달까지 5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달 20일이 최종 합의 시한인 만큼 양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란 핵 협상은 분위기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양측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美, 제한적 원유수출…유가 영향 제한적=미국 정부는 최근 2개 에너지업체의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용했다. 콘덴세이트란 천연가스 추출 과정에서 생산되는 액체 탄화수소로 API 40∼50도의 초경질 원유다. API는 미국석유협회(API)가 석유의 비중을 물과 비교한 비중 표시법이다.
셰일혁명으로 콘덴세이트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수출 허용 요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점차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유가 상승, 석유안보 위협 등 원유수출 허용에 따른 부작용과 엇갈리는 정치권 입장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원유수출 전면 허용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정책보호법을 제정해 캐나다를 제외한 국가에 대해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의 허가 없는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생산량은 6월 들어 셋째 주까지 하루 846만 배럴로 전월보다 4.8만 배럴 증가하며 기록 경신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의 생산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 세계 공급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상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전면 허용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 등에서 최근 고유가 상황을 진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의 고용시장이 개선됐다는 소식에 경기회복 기대감이 퍼지면서 유가 하락폭은 다소 줄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월드 이슈] 요동치는 국제유가… 지구촌 또 덮치나
입력 2014-07-0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