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통해 한층 성숙된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정부와 중국 5세대 지도부가 한·중 관계를 단기간에 이처럼 급진전시킨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갈수록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관계 설정이라는 난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을 모두 우리 편으로 만드는 '외교적 묘수 찾기'가 관건이다.
한층 친밀해진 한·중 관계는 정상 간 회동 횟수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시 주석을 만난 것은 다섯 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네 차례)보다 많다. 정상 간 공동성명 이상의 공동문서를 채택한 것도 중국(두 차례)이 미국(한 차례)보다 앞선다. 박근혜정부 이후 한층 강화된 '중국 중시 외교'의 결과물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양국이 동북아 미래 질서를 함께 설계할 4대 동반자 개념을 처음 제시하는 등 내용적으로도 충실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의 한·중 밀착 현상은 기존 한·미동맹 및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와 필연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과 중국 중시 전략의 조화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가느냐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상존하는 북한 위협과 미·중 사이에서 안보·경제 두 가지 측면의 전략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기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북한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동북아 지역의 최대 경쟁자로 삼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최대 라이벌이다. 미·중은 한국을 자국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려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안보라는 현실적 요소에 과거사 인식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혼재돼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현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우경화 행보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지한다.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와 한·중의 대일 공동대응이 서로 충돌하는 모순적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시 주석이 참여를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미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과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의 숙제는 이를 어떤 외교 전략으로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입지 다지기에 주력하되,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미·중 간 연결고리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센터장은 6일 "미·중 사이에서 가장 적절한 위치를 찾아가면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군사·전략 동맹으로서의 가치는 미국과 공유하면서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을 더 강화하는 방식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뉴스분석] 美·中 간 새 전략적 입지 ‘묘수 찾기’
입력 2014-07-07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