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공천이 기업 인사발령도 아니고…” 安, ‘새정치’ 또 상처

입력 2014-07-07 03:50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7·30재보선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을 놓고 과도한 '정치공학적 계산'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아쉽게도 새 정치의 향기를 느끼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신당 창당 포기에 이은 또 하나의 포기 정치로까지 해석된다.

안 대표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느닷없이 동작을에 꽂자 새정치연합 당 일각은 '멘붕'에 빠졌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일치한다. 자신의 최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이나 486 및 비당권파가 지원하는 허동준 예비후보로는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긴급 구조요청(SOS)을 한 것이다.

안 대표의 계산 공식은 대략 이렇다. '(안철수+박원순)-(486 및 비당권파 반발)≥새누리당'.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최적의 셈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공학은 그의 정치적 자산인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안 대표는 동작을 전략공천에 대해 "새로운 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세력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 전 부시장은 물론 능력이 검증된 새 인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 전 부시장을 아끼는 사람들조차 "명분이 없는 전략공천"이라고 말한다.

한 중진 의원은 6일 "안 대표가 기업에서 인사발령 내듯 공천을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동작을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가 "20년 우정을 깨는 게 새 정치이고 미래세력이냐"고 공격한다면 딱히 반박할 길은 없어 보인다.

특히 안 대표가 박 시장을 끌어들인 것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나누려는 행동으로 비친다. 결정적 순간에 치열한 투쟁으로 정면돌파하거나 책임 있게 밀어붙이는 대신 포기하거나 위험을 분산하는 '헤징 정치'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작을에서는 안 대표가 승패를 떠나 새 정치에 맞는 제3의 인물을 명분 있게 공천해 뚝심 있게 당선시키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축구에서는 '공은 둥글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약팀이 강팀을 이겼고, 새로운 스타도 탄생했다. 여의도에서는 '정치는 생물과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치판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승패와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이 가진 한계를 잊지 말라는 뜻도 담겼다. 새정치연합은 동작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깊은 내상을 입었다. 압축학습을 통해 현실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안 대표가 동작을 전략공천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늘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