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검색엔진으로 각종 정보를 찾으면서 감탄하고, 위성을 통해 만들어진 입체 지도로 세상 모든 거리를 내 집 앞처럼 자세히 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면 모르는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이를 편리라고 반겼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생활이 노출되고 각종 개인정보가 온라인 공간에서 떠돌아다니게 되자 방대한 데이터를 손에 넣은 정보기술(IT) 서비스에 공포감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결국 ‘디지털 빅브라더’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뛰어난 정보 수집력으로 추앙받던 구글은 지난 5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결에 따라 삭제 요청을 받은 정보를 검색 결과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일 “인터넷이 마침내 ‘잊기’ 시작했다”면서 “구글 엔지니어들이 최근 정보 삭제를 실행할 기술 인프라를 업데이트하고 정보 삭제를 요청한 사람들에게 링크가 삭제됐다는 내용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개인정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미국에서도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 북부지방법원은 구글이 자사 전자우편 서비스인 ‘G메일’ 고객의 이메일 내용에 포함된 키워드를 찾아내 온라인 광고에 이용하는 것이 연방과 캘리포니아주 도청법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촬영을 통한 구글의 3차원 지도서비스 ‘스트리트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구글은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공개된 와이파이(Wi-Fi) 망을 활용해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지난달 25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한 행위가 연방 도청법에 위배된 것이라는 기존 판결을 재고해 달라는 구글 측 요청을 외면했다.
개인정보 수집 논란은 구글뿐만 아니다.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심리실험의 위법성 조사에 착수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사용자 68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네트워크를 통해 감정이 전염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실험을 위해 사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페이스북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온라인에서 잊혀질 권리가 반드시 인정돼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잊혀질 권리가 대중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가디언, BBC 등 유럽 언론들은 지난 3일 구글의 고객 요청 반영 조치로 비판적인 과거 기사들이 검색 결과에서 삭제되자 “구글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구글이 정보 삭제 작업을 시작하면서 다른 IT기업도 잊혀질 권리 판결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6일 “잊혀질 권리에 대한 판결로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를 수 있고, 기사 등의 데이터가 삭제될 경우 정보검열 논란 역시 불거질 것”이라면서 “정보수집 및 삭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기획] 정보수집 예찬서 경계로… ‘빅브라더 구글’ 수모
입력 2014-07-07 02:47